며칠 미리 받은 중도금에… 분양계약 깨질 판
수의계약에도 ‘최초 중도금’ 적용
과태료 처분에 약정해제권 발생
경미한 위반에도 집단 소송 우려
국토부 중도금 과태료 삭제 추진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분양현장에서 최초 중도금 납부 시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서 계약 해제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만으로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약정해제권'이 위반 행위의 경중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된 오피스텔 사업장은 정당 계약을 마친 뒤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현행 건분법에는 "최초로 납부하는 중도금은 계약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날부터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수의계약으로 분양받은 일부 수분양자는 계약일부터 1개월이 지나기 전에 1차 중도금을 납부한 사실을 들어 지자체에 과태료 부과를 요구했다. 지자체는 이 규정에 근거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업계는 이번 과태료 처분이 건분법의 경직된 운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당초 입법 취지는 수분양자 보호와 선분양 제도의 부작용 방지다. 하지만 실제 분양현장에서는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가 운영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당 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에 대해서도 '최초 중도금' 규정을 적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사업주체가 중도금 집단 무이자 대출을 적용해 분양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약정해제권에 따라 계약자가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어 사업장 입장에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말 사소한 위반이라도 '약정해제권' 발생 요건은 계약서상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례로 대규모 집단 기획소송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택건설협회 등은 분양 사업장의 2만여실이 시정명령 및 과태료 등의 대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무법인 등에 따르면 지자체에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을 요구하는 민원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하급심에서는 지자체가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내렸더라도 경미한 사유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건분법 조항이 모호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분양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계약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월 건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과태료 대상에서 1차 중도금 납부 시기를 규정한 '분양대금'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시정명령이 있더라도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만 해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 건분법은 하반기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이종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