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 거짓은 언제나 진실보다 빠르다
헨리크 입센 '민중의 적' 재해석
서울시극단 '에너미' 26일부터
누군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공공의 이익이 걸린 진실을 밝히기 위해 SNS를 쓴다면 어떨까. 헨리크 입센의 '민중의 적'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 '에너미'는 진실과 여론이 충돌하는 익숙하고도 서늘한 풍경을 무대에 옮긴다.
서울시극단이 '에너미'를 오는 26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이준우 단장 겸 연출은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140여 년 전 입센이 던진 질문은 조금도 낡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 더 날카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 사람이 '민중의 적'이 되기까지 신문이 인쇄되고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게시물 하나와 하루면 충분하다"며 "'에너미'는 그 속도가 한 사람과 한 가족, 한 공동체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은 스코틀랜드 극작가 키어런 헐리의 현대적 각색본을 강훈구 작가가 번역·윤색했다. 무대는 쇠퇴하는 지역을 되살리겠다는 기대 속에 문을 여는 친환경 리조트 '빅 스플래쉬'다. 개장일 아침, 리조트를 직접 기획한 활동가 출신 상임이사 커스틴은 수돗물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받아 든다. 그의 언니이자 시장인 보니는 동생을 막아서고, 특종을 약속했던 기자도 등을 돌린다.
원작의 형제를 자매로 바꾼 것이 눈에 띈다. 강 작가는 헐리의 각색본을 만나기 전부터 이 연출과 여성 주인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여성에게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많이 가해지는 것 같아 더 동시대적인 설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커스틴 역에는 배우 문소리와 이봉련이 더블 캐스팅됐다. 문소리는 "각색됐지만 원작의 핵심은 유지돼 있다"며 "속도감과 공포를 잘 담아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남는 질문은 '진실이 무엇인가'다. 커스틴이 옳다고 생각하며 출발했지만, 기자와 시장의 입장을 듣다 보면 그들이 지키려는 것도 보인다.
공공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일은 배우들에게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봉련은 작품을 선택하고 그 이야기에 동참하는 것 역시 자신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데릭 역의 강신구에게는 이번 무대가 남다르다. 28년 전 서울시극단이 원작 그대로 공연한 '민중의 적'에서 기자 역을 맡았던 그는 당시 '다수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공연은 11월 14일까지.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