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온열질환 15% 줄었지만… 제주 인구 대비 전국 3위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해 91명·10만명당 13.6명 신고
전국 추정 사망 36명… 24.1% 증가
집 안 환자 353명… 48.9% 늘어
제주 고령화 속 폭염 돌봄·노동 대책 과제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당근밭에서 농민들이 폭염과 가뭄으로 마른 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올해 제주지역의 인구 대비 온열질환 신고율이 전국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나면서 농업 현장의 폭염 노출과 작업자 건강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당근밭에서 농민들이 폭염과 가뭄으로 마른 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올해 제주지역의 인구 대비 온열질환 신고율이 전국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나면서 농업 현장의 폭염 노출과 작업자 건강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올해 제주지역 온열질환자는 지난해보다 15% 감소했지만 인구 대비 신고환자 수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온열질환자 수가 줄어든 반면 고령층 사망과 집 안에서 발생한 환자는 증가했다.

13일 질병관리청의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제주에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91명으로 지난해 107명보다 16명(15.0%) 감소했다.

그러나 인구 10만명당 신고환자는 13.6명으로 울산(15.4명), 전북(14.7명)에 이어 전국 3위였다. 경북(12.6명)과 충남(11.6명)보다 높았다. 제주 환자는 전국 4066명의 2.2%에 그쳤지만 인구 규모를 고려한 신고 수준은 전국 상위권이었다.

이번 통계는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516개 응급의료기관이 참여한 감시체계의 신고 결과다. 지난해에는 517개 기관이 참여했고 감시기간은 5월 15일부터 9월 25일까지였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온열질환자가 4066명으로 지난해 4460명보다 394명(8.8%) 감소했다. 그러나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9명에서 36명으로 7명(24.1%) 증가했다. 전체 환자 수는 2011년 감시체계 운영 이후 세 번째로 많았다.

제주에서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1명이 신고됐다. 지난 7월16일 온열질환으로 입원한 환자가 20일 숨지자 제주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지난해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 가동하는 등 폭염 대응을 강화한 바 있다.

2025년과 2026년 전국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 신고환자 수. 제주는 지난해 15.9명에서 올해 13.6명으로 감소했지만 울산(15.4명), 전북(14.7명)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았다. 자료=질병관리청
2025년과 2026년 전국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 신고환자 수. 제주는 지난해 15.9명에서 올해 13.6명으로 감소했지만 울산(15.4명), 전북(14.7명)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았다. 자료=질병관리청

올해 전국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령층 피해 증가다. 65세 이상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1341명에서 올해 1421명으로 80명 늘었다. 전체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1%에서 34.9%로 높아졌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대도 지난해 50대에서 올해 60대로 바뀌었다.

특히 80세 이상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17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 36명의 47.2%에 해당한다. 80세 미만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와 같은 19명으로, 전국 사망자 증가분 7명이 모두 80세 이상에서 발생했다.

폭염 피해가 발생하는 장소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국 실외 작업장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1431명에서 올해 1060명으로 25.9% 감소했다. 반면 집에서 발생한 환자는 237명에서 353명으로 48.9% 증가했다. 집에서 발생한 추정 사망자도 3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전체 온열질환자 가운데 실내 발생 비중은 지난해 20.8%에서 올해 24.7%로 높아졌다. 야외 노동현장의 폭염 피해가 여전히 많지만 주거공간도 중요한 위험 장소로 확인된 셈이다.

온열질환은 높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급성 건강장애로 열탈진과 열사병 등이 대표적이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린 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면서 어지럼증과 무기력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열사병은 체온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의식장애와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올해 전국 열사병 환자는 704명으로 지난해 667명보다 증가했다. 추정 사망자 36명의 사망 원인도 모두 열사병으로 분류됐다.

2025년과 2026년 전국 온열질환자의 질환별 발생 현황. 전체 환자는 감소했지만 중증질환인 열사병은 667명에서 704명으로 5.5% 증가했다. 반면 열탈진은 2767명에서 2512명으로 9.2% 감소했다. 자료=질병관리청
2025년과 2026년 전국 온열질환자의 질환별 발생 현황. 전체 환자는 감소했지만 중증질환인 열사병은 667명에서 704명으로 5.5% 증가했다. 반면 열탈진은 2767명에서 2512명으로 9.2% 감소했다. 자료=질병관리청

제주에서는 고령화와 야외노동 환경을 함께 고려한 폭염 대응이 과제로 떠오른다.

제주도 인구정책 통합플랫폼에 따르면 등록외국인을 포함한 도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0년 12.1%에서 2025년 19.4%로 높아졌다. 농어업과 건설업, 관광업 등 야외활동이 많은 산업이 분포한 데다 고령인구도 증가하면서 작업환경과 주거환경을 함께 살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7월 폭염 대응 과정에서 재난도우미 8589명을 활용해 독거노인과 장애인,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 15만6600여명의 안부를 확인하고 무더위쉼터 632곳의 운영 상태를 점검했다. 중산간 농경지 인공지능(AI) 드론 순찰과 이동노동자 쉼터 운영, 야외근로자 보호조치도 추진했다. 다만 냉방시설을 충분히 이용하기 어려운 가구에 대한 지원과 고령 농어업인의 작업시간 관리, 이동노동자의 휴식 여건 등도 점검 대상이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발생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주거환경과 돌봄 여건을 고려한 폭염 예방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주 역시 인구 대비 높은 온열질환 신고 수준을 고려해 고위험군별 발생 특성과 기존 보호대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80세 이상 고령자의 사망이 증가한 만큼 생활환경과 돌봄 여건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확인된 온열질환 발생 특성을 예방대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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