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00만원 예산 스드메·예복, 100만원대 끊은 비결은? [남편은 첨이라]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제결혼이라 가능했던 '스드메 다이어트'
태국 스튜디오 촬영 단돈 44만원
어차피 신랑 옷은 아무도 안 본다

태국 수라타니의 한 스튜디오에서 40만원대로 촬영한 사진. 얼굴만 AI로 변형.
태국 수라타니의 한 스튜디오에서 40만원대로 촬영한 사진. 얼굴만 AI로 변형.

[파이낸셜뉴스]

영국과 이탈리아는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었어

스드메 상담이 끝나자 바로 남편의 예복 상담이 이어졌다. 웨딩 박람회에 가면 보통 스드메 상담과 함께 신랑의 예복, 혼수 예물, 가전 제품 및 가구 등에 대한 상담도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갔던 2곳의 웨딩 박람회 모두 대형 쇼핑몰의 가전 제품 매장 한 켠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한 자리에서 스튜디오 촬영, 웨딩 드레스, 메이크업 상담을 마치고 이어 예물, 가전 제품까지 원스톱으로 구매가 가능한 구조다. 웨딩 박람회와 별도로 강남과 학동 인근에 몰려 있는 웨딩 플랜 전문 업체의 경우 스드메 상담만 진행하는 듯 보였다.

신랑 예복의 경우 원단에 따라 크게 2가지 선택지가 제시됐다. 이탈리아 원단은 원단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얇아서 결혼식 이후에 일상복으로도 입기 좋다고 한다. 영국 원단의 경우 빳빳하고 강직한 재질로 활동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만큼 태가 좋아 보인다고 했다. 원단 국가를 고르고 품질에 따라 나라별로 총 3개의 선택지가 더 있었다. 상담 직원분은 2cm 정사각형으로 된 남성 예복 원단 6종류를 내밀었다.

이탈리아 원단의 경우 시작 가격이 110만원부터 130만원 150만원 정도였다. 영국 원단은 130만원부터 시작해 150만원, 180만원 까지 올라갔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이란 게 여러가지 선택항이 주어지면 그 중 가장 저렴한 것은 잘 선택하지 않게 된다.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더 그런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가장 저렴한) 이탈리아 원단을 선택하겠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웬걸, 상담 직원은 지금 가장 저렴한 라인의 원단은 품절이라 선택 가능한 것은 이탈리아 130만원, 영국 150만원 부터라고 했다.

웨딩 박람회에서 예복 상담을 받다 보면 상담 직원의 말발에 넘어가 150만원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AI 생성 이미지.
웨딩 박람회에서 예복 상담을 받다 보면 상담 직원의 말발에 넘어가 150만원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AI 생성 이미지.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보기가 없는 상태에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구조적인 모순에 빠지게 된다. 내적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한국의 수많은 예비 신랑들을 자빠트렸을 게 분명한 설득의 기술이 들어왔다.

"신랑님 예복 맞추시게 되면 맞춤형으로 셔츠 2벌 이니셜 넣어서 드리고요. 수제 구두도 신랑님 발에 꼭 맞게 맞춤으로 제작해 드려요. 그리고 스튜디오 촬영때 입을 수트도 1벌 대여해 드리고 결혼식 당일에 필요한 보타이랑 넥타이도 같이 드려요."
순간 머릿속 계산기에 오류가 발생했다. '결혼식 당일 몇 분 동안 잠깐 입고 말 양복 한벌에 100만원 중반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한데'라고 생각했던 내심의 결론에서 '맞춤 셔츠 하나에 10만원씩 잡고, 구두 한 켤레 30만원, 그리고 넥타이랑 보타이도 사긴 해야 할테니 그렇게 비싼 건 아닌듯?'으로 사고가 흘러갔다.

"어차피 일주일 이내에는 100% 환불이 되니까 일단 예약금부터 걸어두세요. 지금 예약금 걸어두시고 가면 이런 저런 혜택도 더 드려요."
합리적인 소비습관이 몸에 벴다고 자부했지만 기자 역시 뭔가에 홀린 듯 예약금 10만원을 입금했다.

메트로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드메 계약에 289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스튜디오 촬영까지 진행할 경우 추가금을 합산하면 총 비용은 447만원에 달한다. 메트로신문 캡처.
메트로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드메 계약에 289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스튜디오 촬영까지 진행할 경우 추가금을 합산하면 총 비용은 447만원에 달한다. 메트로신문 캡처.

웨딩사진 원본에 추가금? 태국에선 공짜였다

집에 와서 예비 아내와 스드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리 밝히자면 기자의 아내는 태국 사람이다. 국제 결혼으로 한국에서의 결혼식에는 신부의 가족을 제외하면 대부분 필자(신랑)의 하객인 만큼 화려한 결혼식 보다는 소탈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대략적으로 한국에서 평범하게 스드메를 하고 신랑의 예복을 맞출 경우 예산은 신부의 스드메 '300만원+α'에 신랑 예복 150만원 선인듯 했다.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하면 500만원 정도 감안해야 할듯했다.
예비 아내와 상의 후에 예약금을 걸었던 스드메 업체와 예복 업체 등에 취소를 통보하고 예약금을 환불 받았다. 그리고 국제 결혼의 장점을 살려 스드메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결혼식 식대와 예식장 비용, 스드메 등 부담으로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목포MBC뉴스 캡처
결혼식 식대와 예식장 비용, 스드메 등 부담으로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목포MBC뉴스 캡처
제1차인구전략위원회 비전선포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민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고 있다. 목포MBC뉴스 캡처
제1차인구전략위원회 비전선포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민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고 있다. 목포MBC뉴스 캡처

우선 웨딩드레스의 경우 예비 아내가 태국 현지에서 구매를 한 뒤에 국제 택배로 한국에 보냈다. 웨딩드레스 비용 8000바트(32만원)에 택배 비용 3500바트(14만원)가 들었다.

스튜디오 촬영도 태국 현지에서 진행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처가와 처형네 가족들이 사는 곳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진행했다. 처가는 태국 남부의 끄라비에 있었는데 스튜디오 촬영은 끄라비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수라타니라는 도시에서 진행했다. 'PhatLoong wedding'이란 업체로 촬영 전과정 부터 촬영 당일 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우선 촬영 전날 오후에 업체에 방문해 웨딩 드레스 시착을 진행했다. 한국과 달리 드레스 별로 등급을 나눠 추가금을 내거나, 입어본 드레스를 신랑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칙도 없었다. 방콕 같은 대도시가 아닌 약간 외진 지역이라 3층 짜리 건물 전체를 샵으로 쓰고 있었다. 규모가 큰 만큼 드레스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하루 전에 미리 아내의 웨딩 드레스를 결정하고 신랑이 입을 양복과 구두도 빌리기로 했다.

지난해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한 태국 수라타니의 한 업체. 한국의 경우 웨딩드레스 사진 촬영 제한, 드레스 등급별 추가금과 원본 사진 구매에 별도 비용이 들지만 해당 업체를 포함한 현지 업체의 경우 별도 추가금 없이 40만원대에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했다.
지난해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한 태국 수라타니의 한 업체. 한국의 경우 웨딩드레스 사진 촬영 제한, 드레스 등급별 추가금과 원본 사진 구매에 별도 비용이 들지만 해당 업체를 포함한 현지 업체의 경우 별도 추가금 없이 40만원대에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업체에 방문했다. 아내가 메이크업을 받는 2시간 동안 따로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안마기에 몸을 맡긴채 스마트폰을 봤다. 아내의 메이크업이 끝나고 건물 3층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약 2시간 가량 사진을 찍었다. 아내의 단독 사진은 수월했지만, 내쪽은 사진을 찍는 것에 약간의 울렁증이 있어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꽤나 여러장을 찍어야 했다. 2시간 가량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그날의 촬영이 종료됐다. 한국과 달리 원본 사진 전체를 받는데 별도의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됐다. 또 사진을 받은 뒤에 결혼식 당일에 쓸 10장의 사진에 대한 포토샵 작업은 무료였다.

수천 장의 원본 사진을 받은 뒤에 당일에 쓸 10장의 포토샵용 사진을 추렸고, 그 이후에 추가 요청 없이 10장의 사진을 결혼식 당일과 모바일 청첩장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했다. 스튜디오 촬영의 총 비용은 1만1000바트(44만원)정도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스드메' 패키지의 중간가격은 292만원이다. 스튜디오 촬영을 뺀 '드메'의 경우 160만원으로 보통 스튜디오 촬영에만 130만원가량 든다. '원정 스튜디오 촬영'으로 비용을 약 3분의 1로 줄인 것이다.

태국 현지에서 진행한 스드메 비용과 한국 평균 스드메 비용 분석. 해당 내용의 경우 태국까지 비행기 값, 체류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태국 현지에서 진행한 스드메 비용과 한국 평균 스드메 비용 분석. 해당 내용의 경우 태국까지 비행기 값, 체류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의 경우 출장 메이크업 대신 결혼식장 인근에 있는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기본 비용 30만원에 추가비용 10만원으로 총 40만원 정도였다.

스튜디오 촬영 44만원, 웨딩드레스 구매 및 배송에 46만원, 메이크업 40만원으로 스드메 총비용은 130만원 정도였다. 결혼식 이후에 아내의 웨딩드레스는 당근마켓을 통해 5만원에 판매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는 앞서 결혼한 선배들의 조언도 한몫했다. "어차피 결혼식 당일에는 정신없어서 기억도 잘 안 나니까 결혼식에 쓸데없는 비용을 더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신혼여행을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가전(가구)을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결혼식 당일 사진. 신부의 드레스는 태국 현지 구매, 신랑 정장 역시 맞춤 예복 대신 아울렛에서 기성복을 구매했다.
결혼식 당일 사진. 신부의 드레스는 태국 현지 구매, 신랑 정장 역시 맞춤 예복 대신 아울렛에서 기성복을 구매했다.

어차피 신랑 예복은 아무도 안 보잖아

신랑 예복은 더 저렴하게 해결했다. 생각해 보니 필자가 20여년 가까이 결혼식에 하객으로 다니면서 신랑의 양복이 이탈리아 원단인지 영국 원단인지를 궁금해 했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결혼식에서는 신부를 보느라 신랑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사실 관심을 둔적조차 별로 없었다. 결혼식에 신랑이 청바지에 민소매 나시를 입지 않는 이상 신랑이 입는 옷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로 그동안 갔었던 수십번, 수백번의 결혼식에서 신랑의 옷이 기억나는가 생각해 봤더니 단 하나도 기억에 남는게 없었다.

'어차피 신랑인 나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신랑 예복에 비싼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아울렛에 가서 검은색 기성복 양복 한벌을 25만원에 , 양복 가게 옆에 있는 구두 가게에서 검은 구두를 15만원에, 벨트를 10만원에 구매했다.

필자의 사례는 물론 국제결혼이라는 특이한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의 스드메 시장은 "평생에 한 번 뿐인 결혼"이라는 달콤한 말로 소비자가 '을'인 이상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를 입어보는데 입어본 드레스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거나, 스튜디오 촬영한 원본 사진을 보는데 추가금을 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결혼식을 앞두고 동남아 지역 등으로 '추억 만들기'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면 조금 발품을 팔아 현지에서 스튜디오 촬영 등을 고려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듯 하다.

동남아 스튜디오 촬영이 합리적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한국의 스드메 시장은 과도하게 공급자 우위로 형성돼 있는 것 같다. AI 생성이미지.
동남아 스튜디오 촬영이 합리적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한국의 스드메 시장은 과도하게 공급자 우위로 형성돼 있는 것 같다. AI 생성이미지.

■[남편은 첨이라]시리즈는 마흔에 늑깎이 결혼한 기자의 결혼 준비와 결혼식, 출산, 육아 등에 관한 경험과 사회적 이슈를 다룰 예정입니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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