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 떼고도 소변주머니 없이…어떻게 인공방광 수술 10년 만에 '방광암 졸업'?
[파이낸셜뉴스] "소변주머니를 차게 될까 봐 걱정이 컸습니다."
10년 전 방광암 진단을 받았던 이모(46) 씨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공방광 수술로 소변주머니 없이 일상을 되찾았고, 약 10년간의 추적관찰을 재발 없이 마치고 지난 1일 '방광암 졸업' 통보를 받았다.
이대비뇨기병원에 따르면 이 씨가 처음 이상을 느낀 것은 2014년이다. 혈뇨가 있어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요도염 진단을 받았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 다소 불편한 정도였고 일상에는 큰 지장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듬해 8월 다시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36세였다.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은 이 씨는 암 자체보다 수술 이후의 삶이 더 막막했다. 앞으로 어떻게 배뇨하고 생활해야 할지, 삶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컸다.
이 씨는 2016년 12월 당시 인공방광센터장이던 이동현 교수(현 이대비뇨기병원장)에게 인공방광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병리검사에서 방광 근육층을 침범한 암과 골반 림프절 전이가 확인됐다. 절제한 림프절 41개 중 5개에서 암이 발견돼,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6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 교수는 "비교적 젊은 환자였고 암의 진행 정도를 고려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수술 이후에도 환자가 최대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인공방광 수술은 방광을 제거한 뒤 소장 일부로 새 방광을 만들어 자연배뇨가 가능하게 하는 수술이다. 외부 소변주머니 없이 배뇨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수술 후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의료진이 중요하게 고려한 또 하나는 가임력 보존이었다. 젊은 환자인 만큼 향후 결혼과 출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이 교수의 권유로 이 씨는 치료에 앞서 정자를 보관했고, 이후 결혼해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얻었다.
수술 직후에는 소변을 본 뒤 뻐근함이나 잔뇨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통증이나 합병증 없이 지내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배뇨 기능과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해 왔으며, 건강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추적관찰을 마무리했다. 의료진은 "오늘부로 방광암 졸업했습니다. 이제 외래에 안 나오셔도 됩니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연간 200건 이상의 인공방광 수술을 시행해 왔다. 기존 8시간가량 걸리던 수술 시간을 3~4시간으로 줄이고, 신경과 혈관 손상을 최소화하는 무수혈 수술 등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을 고려한 수술법을 발전시켜 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대비뇨기병원을 설립해 병원장을 맡고 있다.
이 씨는 "어느새 10년이 지나 두 아이를 낳고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제 상황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정해 주시고 새 삶을 선물해 주신 의료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방광암 환자에게는 암 치료뿐 아니라 치료 이후의 삶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인공방광 수술 역시 환자가 새로운 배뇨 방식에 잘 적응해 건강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