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섬식정류장 확대 멈춘 제주 BRT… 기존 6곳 개선 11월 결론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광로 3.1㎞ 섬식정류장 6곳 운영
제주도 "양문형버스 추가 도입 없다"
13명 자문단, 11월 개선 권고안 마련
정부 2단계 계획 반영… 사업 조정 쟁점

제주시 서광로 제주버스터미널 인근의 섬식정류장.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서광로 3.1㎞ 구간에 섬식정류장 6곳을 개통했으나 이용객 불편과 운영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존 시설의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광로 제주버스터미널 인근의 섬식정류장.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서광로 3.1㎞ 구간에 섬식정류장 6곳을 개통했으나 이용객 불편과 운영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존 시설의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국내 최초로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를 도입했던 제주가 해당 시설의 추가 도입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지난해 개통한 서광로의 기존 정류장을 어떻게 개선하고, 후속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는 오는 11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교통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 주민 대표 등 13명으로 구성된 '제주 BRT 정책자문단'이 도민 의견과 교통자료, 기존 시설 운영 실태를 분석해 11월까지 정책 권고안을 마련한다.

핵심 검토 대상은 제주시 서광로에 설치된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다. 기존 시설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할지, 정류장 운영방식을 변경할지 등 여러 대안의 장단점과 영향을 비교한다.

BRT는 버스전용차로와 정류장, 신호체계 등을 개선해 일반 도로에서 버스의 이동속도와 정시성을 높이는 대중교통체계다. 반드시 섬식정류장이나 양문형버스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섬식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섬처럼 설치해 양방향 버스가 함께 이용하는 정류장이다. 양문형버스는 일반 버스의 오른쪽 출입문 외에 왼쪽에도 문을 설치해 중앙 정류장과 도로변 정류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5월9일 서광로 광양로터리~도령마루 3.1㎞ 구간에 섬식정류장 6곳을 개통하고 양문형 저상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는 섬식정류장이 도로 양쪽 인도 공간을 확보하고 가로수 이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버스 운행의 정시성과 환승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통 이후 이용객들이 기존 정류장과 새 정류장을 혼동하거나 왼쪽 출입문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했다. 섬식정류장으로 통합되면서 기존 도로변 정류장 9곳이 폐지돼 정류장 접근성과 승하차 편의성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 노선도. 검은색은 제주도 자체사업, 파란색은 국토부 1단계, 빨간색은 국토부 2단계 구간을 나타낸다. 제주도는 기존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 운영방식, 후속 사업 방향을 검토해 11월 정책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 노선도. 검은색은 제주도 자체사업, 파란색은 국토부 1단계, 빨간색은 국토부 2단계 구간을 나타낸다. 제주도는 기존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 운영방식, 후속 사업 방향을 검토해 11월 정책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이에 제주도는 후속 사업인 동광로 광양로터리~국립제주박물관 2.1㎞ 구간의 섬식정류장 설치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운영방식을 재검토해 왔다.

특히 지난 7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는 BRT 사업의 향후 방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강민철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당시 도의원들의 질의에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의 추가 도입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구축된 시설의 개선과 후속 사업 방향은 정책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의회에서는 정책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영식 의원은 "민선 9기 출범 이후에도 기존 섬식정류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홍식 환경도시위원장은 "공론화에서 정책자문 방식으로 의사결정 절차가 바뀌면서 도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도는 정책 결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30일 구성된 정책자문단에는 교통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주민자치위원장, 대학 총학생회장 등이 참여한다. 오정훈 전 제주도의회 사무처장이 단장을 맡았다.

자문단은 매주 정기회의를 열어 기존 시설의 운영 실태와 교통 흐름, 이용자 불편 등을 검토한다. 지금까지 자문단 운영 방향과 도민 의견수렴 방법, 서광로 섬식정류장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도민 의견은 전문기관 설문조사와 이해관계자 면담으로 수렴한다. BRT 노선 주변지역 도의원과 주민자치위원회, 운수업체, 상가, 학생 대표 등의 의견을 듣고 현장 점검도 병행할 계획이다.

교통자료와 민원 현황도 분석 대상이다. 기존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의 운행 효과를 검토하고, 정류장 접근성과 승하차 편의성, 교통 흐름, 시설 개선에 따른 행정·재정 부담 등을 비교해 정책 권고안을 마련한다.

제주시 서광로 섬식정류장에 정차한 양문형 저상버스. 일반 버스와 달리 양쪽에 출입문을 설치해 중앙 정류장에서는 왼쪽 문으로 승하차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양문형버스 추가 도입을 중단하고 기존 차량의 운영방안을 정책자문단에서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시 서광로 섬식정류장에 정차한 양문형 저상버스. 일반 버스와 달리 양쪽에 출입문을 설치해 중앙 정류장에서는 왼쪽 문으로 승하차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양문형버스 추가 도입을 중단하고 기존 차량의 운영방안을 정책자문단에서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토 범위는 이미 운영 중인 1단계 BRT 관련 구간과 정부 계획에 반영된 2단계 구간까지 포함한다. 1단계는 동광로~서광로~도령로~노형로와 아라초~달무교차로 등을 대상으로 한다. 2단계는 국립제주박물관~삼양검문소 교차로~신광사거리를 잇는 노선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제2차 BRT 종합계획을 확정·고시하면서 제주 2단계 사업을 반영했다. 해당 노선은 약 15㎞로, 계획에 제시된 사업비는 480억원이다.

다만 정부 종합계획에 사업이 반영됐다고 해서 구간별 설계와 공사 방식, 예산 집행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제주도가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 추가 도입 중단 방침을 밝힌 만큼 기존 국가계획과 실제 추진방식 사이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건은 지난해 설치한 시설의 활용 방향과 그에 따른 비용이다. 기존 시설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경우와 정류장 형태를 변경하는 경우의 사업비, 이용 편의성, 교통 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후속 BRT 사업도 마찬가지다.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의 추가 도입을 중단하더라도 버스의 이동속도와 정시성, 이용객 편의를 개선한다는 BRT 본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대안이 필요하다.

정책자문단은 오는 11월까지 대안별 장단점과 영향을 분석한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를 토대로 기존 시설의 개선과 후속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민철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BRT는 제주 대중교통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며 "운영 실태와 교통자료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도민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정책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제주 BRT #섬식정류장 #양문형버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