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 잡으니 베트남·말레이로… 스캠조직 국지적 단속 한계
해외서 붙잡은 한국인 피의자
8월까지 551명… 작년 수치 훌쩍
캄보디아 비중 줄고 인접국 늘어
점조직 형태로 수사망 빠져나가
"다각적·장기적 국제공조가 해법"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서울=김준석 특파원·박성현 기자】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샀던 동남아시아 내 스캠 범죄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진화하며 인접 국가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정부가 해외 파견 경찰 인력을 보강하고 현지 수사 공조를 넓혀 가시적인 검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조직들이 주변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국지적 단속을 넘어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국제공조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에서 검거된 한국인 스캠 범죄 피의자는 551명으로 지난해 연간 전체(516명)를 넘어섰다.
국가별 피의자 검거 현황에서는 풍선효과 징후가 뚜렷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올해 1~8월 검거 인원이 156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았으나, 전체 검거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9.4%에서 올해 28.3%로 낮아졌다. 반면 주변국인 베트남은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1~8월 86명으로 급증해 지난해 연간 전체의 약 3배에 달했다. 이 밖에도 중국(116명), 태국(53명), 말레이시아(46명), 라오스(43명) 등 인접국에서의 검거 실적이 일제히 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는 경찰주재관 78명과 경찰협력관 22명 등 100명을 해외 공관 등에 파견하고 있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피의자를 추적·검거하고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윤 의원은 "해외 거점을 둔 범죄 조직은 단발성 단속만으로는 뿌리 뽑기 어려운 만큼 현지 수사기관과의 국제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단속과 송환 실적이 늘고 있는 가운데 스캠 범죄 조직들은 '점조직화'에 나서며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이들이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등 인접국으로 확산하면서 현지 교민 사회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베트남 하노이 교민 A씨는 "최근 불법 숙박업소 단속이나 출입국법 조사 과정에서 한국인 스캠 범죄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월 하노이시 공안당국은 고급 주택가 빌라를 급습해 한국인 등이 포함된 스캠 조직을 적발했다. 박닌성에서는 캄보디아 단속을 피해 거점을 옮긴 조직원들이 붙잡혔다. 호찌민시에서도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던 한국인 조직원들이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캄보디아 교민 B씨는 "최근 단속 성과에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이 스캠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며 "이들은 소규모로 무리를 나눠 숙소에서 두문불출한 채 주로 야간에만 활동하며 극도로 노출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접근조·인출조·세탁조와 기관 사칭 인력 등 한 건당 20명 가까이 투입됐지만, 이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한 자릿수 인원으로 범행 전반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속이 강화되면 곧바로 다른 국가로 옮길 수 있어 풍선효과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인 전형환 메가엑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경찰주재관을 늘리면서 현지 단속과 검거가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발성 검거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 수사기관과의 유기적인 공조 체계를 상시 유지하는 것이 초국가적 범죄를 막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망을 넓혀 국내 모집책뿐 아니라 자금책, 해외 총책까지 검거해 조직 전체를 해체해야 한다"며 "신속히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자금 세탁망도 차단해 조직의 거점 이동이나 재건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준석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