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인원 조사한 日기자에 '간첩 혐의'…러, 두 달 구금
사할린서 출국 전날 체포…유죄 땐 최대 20년형
日대사관 "아직 면회 못해"…홋카이도신문 "상세 확인 중"
체포·수색 영상 공개했지만 구체적 증거 안 밝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러시아 극동 사할린에서 주민들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현황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본 홋카이도신문 특파원이 약 두 달간 구금된다. 러시아 당국은 일본 정보기관을 위해 군사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러시아 일본대사관은 13일(현지시간) 밤까지 기자를 면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4일 NHK와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전날 홋카이도신문 유즈노사할린스크 지국 소속 일본인 남성 기자를 12월 12일까지 구금하도록 결정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등록된 특파원인 그는 출국 전날 사할린에서 붙잡혀 모스크바로 이송됐다. 연방보안국(FSB)은 형법 제276조의 간첩죄를 적용해 입건했다. 유죄면 10~20년의 구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주러 일본대사관은 산케이신문에 "정보를 수집 중"이라며 13일 밤까지 면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NHK에는 "사실관계 확인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홋카이도신문사도 "사실관계를 포함해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FSB는 기자가 쿠릴열도 주민 중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되거나 자원한 인원 등 '기밀정보'를 수집해 일본 정보기관에 제공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쿠릴열도는 일본이 '북방영토'로 부르는 4개 섬과 지시마열도를 포함하는 러시아 측 명칭이다. 다만 일본 정보기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근거나 수집한 정보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공개된 체포 영상에는 수사관들이 호텔로 보이는 어두운 객실에 들이닥치는 모습이 담겼다. 기자가 "간첩이라고요?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자 수사관은 "일본 정보기관을 위한 간첩 행위"라고 답했다. 이후 기자는 두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수갑을 찼다.
노트북을 열게 하고 작업을 시키는 모습과 지국 사무실 수색, 항공기 탑승, 모스크바 법원 이송 장면도 나왔다. 여행가방 속 서류는 '공무용 한정'이라는 러시아어 문구 외에는 흐림 처리됐다. '2만'이라고 적힌 영수증도 등장했으나 금액 단위와 지급 목적, 혐의와의 연관성은 설명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 정부를 겨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일본이 특파원을 이용해 러시아 안보를 해치는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비난하며 대러 적대 조치 중단과 태도 전환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과거 일본인 기자의 일시 구속과 달리 장기 구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019년 12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군사기밀을 입수하려 했다는 혐의로 붙잡힌 교도통신 기자는 약 5시간 뒤 석방됐다. 교도통신은 당시 "통상적인 취재 활동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자는 72시간 이내 출국하라는 경고를 받고 다음 날 러시아를 떠났다.
외국 기자에게 중형이 선고된 전례도 있다. 지난 2023년 3월 체포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번 게르슈코비치 기자는 취재 활동이었다며 간첩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로 군수기업의 극비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고 그는 이듬해 16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돼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러일 관계는 일본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유럽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면서 악화됐다.
지난 2022년 9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 영사관 직원이 일시 구속된 뒤 추방됐다. 일본은 올해 8월 대학생 단기 파견을 재개하는 등 교류 유지를 모색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부담이 커졌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