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허브 입지 기준 오늘 윤곽… 제주 '국제연수 16년' 시험대
세종 공청회서 평가기준·공모지침안 설명
9개 국제기구·5개 개발은행 협력 추진
제주 연수 7049명·NIA 협력 기반 제시
이달 공모… 후보부지·상주여건 검증 과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16년간 축적한 국제연수 경험과 디지털 협력 기반을 앞세운 제주가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가 14일 입지 평가기준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국제기구 상주 여건과 공동사업 수행 역량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14일 글로벌 AI 허브 추진위원회 지원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글로벌 AI 허브 입지 선정 공청회'가 열린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입지 선정기준과 평가절차, 향후 일정 등을 설명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할 참여신청서의 작성지침과 제출방법 등 공모지침안도 공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정부는 이날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평가기준과 공모지침을 보완한 뒤 이달 중 후보지 공모를 공고할 계획이다. 이후 신청지역에 대한 평가와 현장실사를 거쳐 최종 입지를 결정한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9월 21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글로벌 AI 허브 추진위원회 첫 회의의 후속 절차다. 당시 정부는 허브 설립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국제기구 파견 인력의 상주와 공동사업 수행에 적합한 입지를 선정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논의했다.
글로벌 AI 허브는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나 기업 지원시설과 성격이 다르다. 국제기구에 분산된 AI 역량을 한곳에 연결하고,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기업이 함께 국제 현안을 해결하는 다자협력 거점이다. 국제기구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개발도상국의 AI 도입을 위한 정책·표준 개발, 데이터와 모델 공유, 국제 공동연구, 교육·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지난 5월21일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노동기구(ILO),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등 9개 국제기구와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5개 다자개발은행이 참여하는 글로벌 AI 허브 비전을 선포했다.
기후위기와 보건, 식량, 일자리 등 개별 국가나 국제기구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AI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27년 허브 개소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기존 국제협력 기반이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9월23일 발표한 정책이슈브리프 '글로벌 AI 허브, 제주가 준비된 이유'에 따르면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는 2010년부터 국제연수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150여개국 7049명이 센터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24년 참가자 6622명까지 합하면 최근 2년간 1만3671명이다.
디지털 분야 국제교육 실적도 갖췄다. 지난해 진행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용적 디지털 거버넌스' 과정에는 63개국 509명이 참여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정책적 활용을 다루는 국제교육 경험이 축적돼 있다는 점에서 허브의 역량 강화 기능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다.
정부의 국제 디지털 협력조직도 제주에 있다.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글로벌센터는 개발도상국 대상 정보통신기술 협력과 국제 역량 강화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NIA의 글로벌협력본부가 제주에 있다는 점도 국제협력 거점 유치에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다.
제주연구원은 유엔 국제연수 기반과 정부의 디지털 국제협력 기능이 제주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기관을 연계한 AI 국제연수 과정 신설과 국제기구 현장실사 대비, 관련 법·제도 검토 등을 주요 대응과제로 제시했다.
제주도도 유치 전담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이창흠 제주도 기후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AI혁신추진단을 중심으로 한 실무 전담팀을 구성했다. 국제협력, 정주여건, 동향·홍보, 실증모델 등 4개 분과가 참여하며 제주연구원이 정책 자문을 맡는다.
국제협력 분과는 기존 유엔 연수와 국제회의 운영 경험을 정리하고, 정주여건 분과는 국제기구 직원과 가족의 주거·교육·생활 여건을 검토한다. 실증모델 분과는 제주의 기후·환경·에너지 분야 실증 경험을 국제 공동사업과 연결할 방안을 마련한다.
그러나 국제연수 경험이 국제기구 상주형 거점의 운영능력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진행하는 교육·회의 프로그램과 국제기구 직원이 장기간 근무하는 상설 거점은 필요한 시설과 운영체계가 다르다. 기존 시설을 국제기구 업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상주 인력과 가족의 생활 여건을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후보부지의 위치와 면적, 확보 상태, 국제공항 접근성,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체계, 장기적인 운영·재정분담 방안도 제주도가 준비해야 할 사항이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 평가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공청회에서 제시될 기준안을 확인해야 한다. 평가항목과 배점, 필수 충족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시설이나 산업 기반이 유치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주가 추진하는 40MW급 재생에너지 기반 AI 데이터센터 구상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해당 사업은 제주권 AI 대전환을 위해 대규모 연산시설과 에너지·우주·바이오 등 지역산업의 AI 실증을 연결하는 별도 국책사업 구상이다. 2028~2032년 추진을 목표로 기획 중이며, 국제기구의 정책·연구·교육 협력에 초점을 둔 글로벌 AI 허브와 사업 목적과 일정이 다르다.
향후 두 사업의 기능을 연계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지만, 40MW 데이터센터 구축이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필수조건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입지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제주 외에 인천과 부산, 광주, 경북, 충남, 경기 고양 등 여러 지역이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천은 기존 국제기구 운영 경험과 공항 접근성을, 부산은 외국인 정주환경과 국제회의 기반을, 경북과 충남은 제조업과 첨단산업 실증 여건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공모 방식도 변수다. 국제협력 사무국과 연구·실증 기능을 한 지역에 집적할지, 기능별로 분산 배치할지에 따라 지역별 유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입지 선정 방식을 제시할지도 확인해야 한다.
제주의 유치 경쟁력은 이미 보유한 국제협력 실적을 실제 사업 운영능력으로 입증하는 데 달렸다. 국제기구의 상주 업무공간과 정주 지원, 공동연구 수행계획, 기존 기관과의 역할 분담을 구체화하고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제주가 제시해 온 강점이 실제 선정 요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