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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만 보며 흘린 눈물… 70여년만에 내 아버지 무덤 앞에 목놓아 부릅니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뱃속 딸과 네 살·한 살 딸 두고 떠난 진성대 이등중사·이석우 하사, 울산서 합동 귀환행사
영천지구·소양강 전투서 장렬히 산화한 두 영웅, 유전자 시료 채취 덕에 기적의 귀가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1월 28일까지 6·25 전쟁 당시 중부 전선의 주요 전투지역이었던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을 실시했다.이번 유해발굴에는 우리 장병 100여 명과 유엔사 회원국 장병들이 참여했으며 총 25구의 유해와 1962점의 전사자 유품을 수습했다. 사진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유해를 수습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1월 28일까지 6·25 전쟁 당시 중부 전선의 주요 전투지역이었던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을 실시했다.이번 유해발굴에는 우리 장병 100여 명과 유엔사 회원국 장병들이 참여했으며 총 25구의 유해와 1962점의 전사자 유품을 수습했다. 사진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유해를 수습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평생 아버지를 차가운 돌판 위 위패로만 만나며 눈물 짓던 딸뜰은 끝내 목이 메었다. 6·25전쟁 당시 뱃속의 아이와 어린 자식들을 남겨둔 채 조국을 구하러 전선으로 향했던 두 명의 청년 가장이 7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의 강을 건너 마침내 딸들의 따뜻한 품으로 14일 함께 귀환했다.

고 진성대 이등중사의 친딸이자 유가족 대표 진정자(1949년생, 77세) 씨는 "아버지 유해를 찾은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한 만큼 국립묘지에 안장해서 자주 찾아뵙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 이석우 하사의 유가족 대표 이복필(1946년생, 80세) 씨는 "매년 6월 울산 유족회에서 서울현충원을 방문하면 우리 아버지는 위패로만 모셔져 있어서, 안장되신 분들이 부러웠다"며 "드디어 아버지를 묘지에 안장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아버지 유해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오전, 두 유가족의 고향인 울산광역시 동구 보훈복지회관에서 6·25전쟁 전사자인 고 진성대 이등중사와 고 이석우 하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합동으로 거행했다. 이날 행사는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과 울산전몰군경유족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장중하게 진행됐으며, 전병희 국유단장은 유가족에게 호국영웅 귀환 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그리고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있던 빛바랜 발굴 유품을 담은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며 국가를 위한 숭고한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두 영웅은 모두 입대 전 경상북도 경주에 터를 잡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어린 딸들을 남겨두고 사선으로 향했다는 가슴 아픈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국군 제8사단 소속의 고 진성대 이등중사는 1929년 9월 경북 경주시 상서면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고인은 아내 김일녀 씨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나, 조국의 위기 앞에 뱃속의 딸을 남겨둔 채 1948년 12월 자원입대를 감행했다. 고인의 외딸인 진정자 씨는 아버지가 입대한 지 6개월 후인 1949년 5월에 태어나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유복녀였다.

전쟁이 발발하자 고인은 낙동강 전선 동반부를 방어해 국군과 유엔군이 반격작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영천지구 전투(1950년 9월 5일~13일)에 투입됐다. 적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서던 고인은 1950년 9월 13일, 21세의 꽃다운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그해 12월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의 유해는 지난 2017년 4월, 영천지구 전투의 격전지였던 영천시 임고면 노항리 진격산 440고지에서 위팔뼈 1점이 최초 식별된 것을 시작으로 국유단 전문 발굴팀에 의해 극적으로 수습됐다.

국군 제7사단 소속의 고 이석우 하사는 1924년 4월 경북 경주시 강동면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3년 심분이 씨와 혼인해 슬하에 겨우 네 살과 한 살 된 어린 두 딸을 두었던 고인은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가장이었음에도 1950년 9월 부산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고인은 제7사단에 배치된 후 경주-서울 진격전과 38도선 돌파작전 등 주요 반격작전을 누비며 최일선에서 싸웠다. 그러나 이듬해인 1951년 4월,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 부근 전투에서 적과 맞서다 전사했다. 그의 유해는 지난해 3월,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 칠성고개 452고지 정상부의 콘크리트 벙커 주변에서 제20기갑여단 장병들과 국유단의 작전을 통해 발굴됐다.

이 기적 같은 만남의 이면에는 국유단의 끈질긴 노력과 함께, 유가족들의 간절함이 있었다. 고 이석우 하사의 장녀 이복필 씨가 2009년 울산 동구보건소에서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차녀 이귀조 씨와 남동생 이정우 씨가 차례로 시료를 남겨둔 덕분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진성대 이등중사 역시 유해가 발굴된 지 7년이 지난 2024년 1월, 53사단 소속 예비군 동대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딸 진정자 씨가 유전자 채취에 동참하면서 부녀 관계가 최종 증명됐다. 두 분은 올해 열한 번째, 열세 번째로 신원을 확인한 영웅들이다. 이로써 지난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이 개시된 이래 가족을 찾은 279번째, 281번째 국군 전사자로 기록됐다.

국유단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웅, 6·25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유전자 시료채취를 위해 전국 어디나 직접 자택으로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도 상시 운영 중이며, 6·25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 기준으로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9월 8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일대에서 육군 제51보병사단 장병들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8일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일대에서 육군 제51보병사단 장병들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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