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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지시하면 따르겠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의 뼈있는 한마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브런슨 대장 "美 대통령·전쟁부 장관 '전작권 전환' 지시하면 따르겠지만 위험성 보고"
北 우크라 참전 정세 격랑 속 브런슨 대장 "한미 연합훈련, 한반도 전역 분산 시행해야"
군 수뇌부 "당장 환수 문제없다" Vs 버웰 벨 등 미군 원로들 "북핵 고도화 속 전환 반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감사만찬’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감사만찬’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핵심 관문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전환 목표 연도 도출을 두고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양국이 합의한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지 않는다면 미 통수권자에게 그에 따르는 위험성을 경고하겠다는 원칙적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 정부가 연내 FOC 검증 완료와 임기 내 전환 연도 확정을 목표로 삼아온 상황에서 이달 말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를 계기로 추진 중인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간의 첫 대면 회동이 한미 안보 지형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4일 정부 당국과 외신 등에 따르면 한미 안보 교리를 책임지는 군 당국자들 사이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와 한미 연합훈련의 전술적 방향성을 두고 거시적인 관점 차이가 표출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미래연합군사령부의 FOC 검증을 끝내고 구체적인 전환 연도를 확정 짓겠다는 구상이었으나, 미측은 속도보다 군사적 핵심 역량 확보의 선행을 중심축에 놓은 모양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을 통해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정치적 편의가 군사적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정해진 조건을 벗어나 한미 국민을 방어하는 내 능력을 저해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지할 수 없다"며 "미 대통령이나 전쟁부 장관이 지금 당장 이행하라고 지시한다면 따르겠지만,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은 채 이행하는 데 따르는 위험성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군 당국의 속도전 목표 설정에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측의 이러한 신중론은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한반도 전술 환경이 급변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브런슨 사령관은 앞서 12일(현지시간) 미 육군협회(AUSA) 토론회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며 무기체계를 실전 시험하고 연구·개발·시험·평가(RDT&E) 주기를 단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한미 연합군은 대규모 지휘소 중심의 연습에 치중해 위장과 은폐 기동 등 기본적인 전장 생존 기술을 소홀히 해왔다고 자성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브런슨 사령관은 지휘소 중심의 훈련에서 탈피해 제주도부터 경기도까지 한반도 전역에 병력을 분산 배치해 실시하는 분산형 작전 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군 소식통은 이에 대해 "기존 대규모 지휘소 연습을 폐지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대전 교리를 반영한 분산형 기동 훈련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작권과 연합 훈련 방식을 둘러싼 한미 간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통상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개최되던 연례 SCM과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 일정도 예년과 달리 오는 12월께로 늦춰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 국방장관 교체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등 가용한 상호 일정을 고려해 미국 전쟁부 및 합참과 협의 중"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군 주변에서는 양국 간 남아있는 견해차를 조율하기 위한 시간 벌기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미국 입장에서 전작권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이양하면 주한미군 완전 철수 압박 없이 방위 책임에 부담을 덜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있지만, 한국 안보 측면에서는 자칫 치명적인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달 18일 열린 동맹지휘관 포럼에서 전직 한미연합사령관들에 의해 일제히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내가 한반도를 떠난 직후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 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라는 엄중한 현실로 인해 과거 전작권 전환을 적극 지지했던 견해를 영구적으로 철회했다"고 밝혔다. 벨 전 사령관은 특히 "북한을 억제하고 필요시 격멸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실전 통제하는 국가가 연합사령관을 배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역시 군사적 준비태세가 아닌 정치적 시간표에 유도되는 전작권 전환은 연합 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 장관은 이달 27∼30일께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는 아세안 11개국과 한국·미국을 비롯한 8개 대화상대국 국방장관급 인사가 참석 대상이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국내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한 부분은 한미 간에 관점 차이가 있지만 이견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남아있는 이견은 한미 간 협의를 통해 SCM까지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 연합뉴스
강신철 국방부 장관(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 연합뉴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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