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갈등협의체 구성안 통과… 찬반 참여는 미지수
사회협약위, 한 달 만에 운영안 의결
이해관계인 4명 등 13명 안팎 구성
사업 찬반 결정 않고 도민 숙의 설계
환경갈등조정 분리… 절차 신뢰가 관건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11년째 찬반 갈등을 겪는 제주 제2공항의 도민 의견수렴을 설계할 협의체가 한 달간의 진통 끝에 구성 문턱을 넘었다. 다만 찬반 당사자의 실제 참여와 숙의 결과의 정책 반영 방식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9기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위원장 고승한)는 이날 도청 한라홀에서 제12차 전체회의를 열고 '제주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및 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9월 15일 찬반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위한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한 지 29일 만이다. 제주도는 이번 의결을 바탕으로 이달 중 협의회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협의회는 이해관계인 4명 내외, 조정위원 7명, 관계공무원 2명 내외 등 총 13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이해관계인에는 공항 예정지 주민과 찬반 측 추천 인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조정위원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숙의 절차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협의회의 핵심 기능은 공항 건설의 찬반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항공 수요와 환경문제, 주민 피해 및 보상 등 주요 쟁점을 공유하고 도민 의견을 수렴할 방법과 절차를 마련한다. 논의 결과는 도지사에게 전달된다.
숙의는 충분한 정보와 토론을 바탕으로 쟁점을 검토하고 의견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단순 찬반 조사와 달리 도민에게 어떤 정보를 알리고 누구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지부터 설계해야 한다.
문제는 협의회 구성 자체가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2공항 건설 찬성단체들은 지난 9월9일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갈등조정협의회가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법정 절차에 따른 조속한 추진을 요구했다. 일부 찬성 측 관계자는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운영계획안은 의결됐지만 찬반 단체의 실제 참여 여부와 위원별 선정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당사자들이 협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일이 우선 과제로 남았다.
갈등조정기구의 법적 근거와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9월8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3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일반 갈등조정과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갈등조정을 하나의 협의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책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갈등조정기구의 권한과 서로 다른 법적 근거를 가진 기구의 통합 운영 가능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제주도는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각각 구성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
지난 12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운영방식 변경 경위와 법적 타당성, 찬반 당사자의 참여 기준, 소수의견 처리 방식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제2공항은 2015년 11월 정부의 입지 발표 이후 11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9월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51만㎡에 활주로 1본과 여객·화물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1단계 총사업비는 5조4532억원이다.
기본계획은 확정됐지만 환경영향평가와 제주도의회 동의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제주도는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되면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하고 전문기관 교차검증을 확대할 방침이다. 용암동굴과 숨골·지하수 영향, 조류 충돌 위험성 등 그동안 제기된 환경 쟁점을 면밀하게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도의회 동의 절차에 앞서 도민 의견수렴도 마칠 계획이다.
다만 도민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주민투표와 여론조사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과 법적 효력, 최종 정책 반영 절차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월29일 공개된 국회 서면답변에서 제주도의 숙의 절차를 지원하고 수렴된 도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협의회의 권고 자체가 정부의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절차는 아니다.
제주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도민 의견수렴을 진행한다는 목표 아래 협의회 운영과 국토부 협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고승한 제주도 사회협약위원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참여와 운영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해 계획안을 의결했다"며 "협의회가 공정하게 운영돼 갈등 완화로 이어지도록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흠 제주도 기후경제부지사는 "도민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 실현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국토부와 협의해 숙의 결과가 정책 추진의 중요한 근거로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협의회 출범의 실효성은 찬반 당사자의 참여와 객관적인 정보 공개, 도민 의견수렴 방식에 대한 합의에 달렸다. 11년간 이어진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협의회 구성에 그치지 않고 논의 결과가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명확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