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도체 검사장비 핵심기술' 해외 유출 일당 덜미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산화성공 'HBM검사기술' 유출…전직 직원 등 3명 적발
지재처 기술경찰·공소청 구속기소 1호… 주범은 적색수배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왼쪽 세번째)이 14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해외 기술유출사건 수사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식재산처 제공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왼쪽 세번째)이 14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해외 기술유출사건 수사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식재산처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이 어렵게 국산화한 반도체 검사 핵심기술을 빼돌려 해외에 공장을 차리고 시제품까지 제작해 해외 시장에 공급한 전직 반도체 검사장비 생산 업체 직원들이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지식재산처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과 대전지방공소청 중대범죄기소2부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피해기업 전직 직원 A씨(45)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B씨(40)와 C씨(40)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식재산처 기술경찰이 해외 기술유출 사범을 구속해 공소청이 기소한 제1호 사건이다.

"연봉 2배" 유혹에 이직...시제품도 판매

기술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23년 11월 피해기업의 해외 현지 유통업체와 공모해 현지에 제조기업을 설립했다. 이후 올해 2월까지 피해기업의 '반도체 검사 핵심기술' 설계도면과 기술자료를 무단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해외 시장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외로 도피한 피해기업 전 임원 D씨(58)로부터 '기존 연봉의 2배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2023년 11월 해당 해외 기업으로 이직했다. 이들은 빼돌린 기술을 바탕으로 2025년 12월에는 시제품까지 제작해 해외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기술인 '프로브카드(Probe Card)'는 반도체 칩의 불량 여부를 웨이퍼 상태에서 검사하는 핵심 장비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해왔으나, 피해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한 뒤 고대역폭 메모리(HBM) 검사 장비까지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에 공급해 온 국가 핵심 자산이다. 피해기업은 이번 유출로 해외 시장을 빼앗길 경우 연간 400억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부품 공급망서 덜미...조작도면 규명

수사는 국가정보원의 첩보 제공으로 2025년 7월 시작됐다. 피의자들이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회피하자, 기술경찰은 국정원과 공조해 이들이 설립한 해외 제조기업이 설계·조달을 위해 국내 부품 공급망을 이용한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올해 7월 국내 관련 설계기업을 압수수색해 변형·재편집된 피해기업의 설계도면을 확보했다.

출처와 회사명이 삭제되고 이직한 해외 기업의 자료처럼 조작돼 있었으나, 반도체 업계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 수사관들이 정밀 분석을 통해 피해기업 기술의 변형·복제 사실을 명확히 규명해 냈다. 수사를 회피 중인 주범 D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은 기업과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준다"며 "기술유출 범죄에 엄정히 대응하는 한편, 해외 법인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HBM검사 기술 노린 표적형 유출 늘어

한편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폭발에 따라 HBM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 수율과 품질을 좌우하는 검사 기술을 노린 해외 경쟁사들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욱 지능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한 국내 반도체 검사 장비 생태계를 겨냥한 표적형 유출이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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