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흉기 소지로 경찰 조사받고도 참사"…인천 난동 사건, 재범 관리 허점 드러나나

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자발찌 착용 중 시민 8명 공격, 범행 전 흉기 소지 확인
경찰 사전 대응, 보호관찰 적정성 조사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도심 상업시설에서 시민 8명을 흉기로 공격한 50대 남성이 범행 전에도 흉기 소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전 위험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살인미수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데다 범행 당일 보호관찰관과 면담까지 했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뿐 아니라 경찰의 사전 조치와 전자감독 대상자 관리 체계가 타당했는지 시스템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병원 앞 흉기 소지로 입건…추가 조치 없었던 이유는
경찰에 따르면 A씨(59)는 지난 13일 오후 1시 40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를 휘둘러 시민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6명은 여성이고, 20대 여성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고정한 채 건물 안을 이동하며 시민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의자 등을 이용해 저항한 끝에 그를 제압했다.

앞서 A씨는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병원 측은 A씨가 흉기를 지니고 있어 내원객과 행인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A씨를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6일 조사했다.

A씨는 "시위용 푯말에 구멍을 내기 위해 흉기를 가지고 있었을 뿐 다른 사람을 해칠 목적은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흉기로 누군가를 위협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흉기를 임의 제출받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뒤 무차별 흉기 난동이 발생하면서 당시 경찰의 위험성 판단과 후속 조치가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다만 당시 강제수사 요건이 충족됐는지는 수사 기록과 법적 기준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 재범 위험성 높았지만 막지 못해…전자감독 실효성 논란
A씨는 2015년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음' 수준으로 분류됐고, 출소 후 10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명령받았다. 심야 외출 제한을 여러 차례 위반해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오전에는 보호관찰관과 약 35분간 면담했다. 그러나 면담이 끝난 지 약 70분 만에 흉기 난동을 벌였다.

전자발찌는 대상자의 위치와 이동을 추적하는 장치인 만큼 모든 돌발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보호관찰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등을 지적하며 고위험 범죄자에 대한 관리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사에서는 범행 전 A씨의 위험성이 어떻게 평가됐는지, 경찰과 보호관찰기관 사이에 관련 정보가 공유됐는지, 추가적인 관리 조치가 가능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범행 동기 규명에 프로파일러 투입…약물 소지 경위도 조사
경찰은 A씨의 범행 배경을 밝히기 위해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할 방침이다. 병원 치료에 대한 불만이 범행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 특정인을 겨냥했는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피해자 중 여성이 다수라는 점도 확인 대상이다. 경찰은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분석해 A씨가 여성을 의도적으로 공격했는지, 범행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을 공격한 것인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시 다량의 약물을 소지한 경위도 조사 대상이다.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약물의 종류와 실제 복용 여부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약물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범행 당시 약물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은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범행 전 흉기 소지 사건에 대한 경찰의 판단과 보호관찰 과정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범죄가 발생한 뒤 피의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전에 감지된 위험을 어떻게 예방 조치로 연결할 것인지에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의 위험성 판단과 기관 간 정보 공유, 전자감독 대상자 관리 체계의 개선 필요성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한갑수 기자


#인천 #인천경찰 #칼부림 #전자발찌 #남동구구월동 #보호관찰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