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게 아닙니다"...변기서도 잠드는 20대女 경고한 '이 질환'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화장실 변기 위, 치과 의자, 운동 수업 중, 심지어 시험 도중이나 첫 데이트 자리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잠에 빠져드는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니드 투 노우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포츠머스에 거주하는 찰리 발로키(23) 씨는 1형 기면증과 탈력발작을 겪으며 살아가는 일상을 공개했다. 발로키 씨는 일상 속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수면 발작 탓에 주변으로부터 "게으르다", "꾀병을 부린다"는 오해와 비난에 시달려 왔다고 털어놨다.
발로키 씨의 증상은 만 12세 무렵 학교 수업 시간에 본인도 모르게 잠들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그러나 초기 병원 진료 당시 의사는 "사춘기 호르몬 변화로 인한 정상적인 피로"라는 진단을 내렸다.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조차 잦은 잠을 단순한 나태함으로 여겼고, 버스에서 종점까지 잠들었다가 기사에게 심한 폭언을 듣는 등 극심한 심리적 위축을 겪었다.
발로키 씨의 어머니가 지속해서 정밀 검사를 요구한 끝에, 그는 만 18세 생일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1형 기면증' 확진을 받았다.
기면증은 뇌에서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하이포크레틴(오렉신)' 분비가 저하돼 발생하며, 밤에 충분히 자도 낮 동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는 희귀 신경계 질환이다.
발로키 씨는 수면 발작 외에도 감정적 동요가 있을 때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상을 앓고 있다. 친척의 부고를 듣고 충격을 받았을 때 의식은 또렷하지만 말도 못 하고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겪기도 했다.
그는 "잠이 쏟아지기 직전에는 몸이 차가워지고 눈꺼풀이 극도로 무거워진다"며 "잠을 억지로 참으려 하면 뇌가 잠드는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형체나 사람을 보는 등 입면기 환각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화기 사용 중 잠들어 화재경보기 소리에 깨어나거나, 물에 빠질 위험이 있어 욕조 목욕을 피해야 하는 등 일상적인 위험도 크다. 운전 중 수면 위험으로 인해 운전면허 취득 역시 제한된다.
진단 이후 발로키 씨는 증상에 맞춰 생활 패턴을 바꿨다. 이전에는 질환을 숨기며 사무직을 다녔으나, 현재는 질환을 완전히 이해해 주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주 3일 근무하며 남은 시간에는 무용 오디션과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직장 내에는 증상이 심할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용 소파가 마련돼 있다.
그동안 각성제 계열의 약물(메틸페니데이트)을 복용해 왔으나 최근 복용을 중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스스로 컨디션을 관리 중이다.
발로키 씨는 "기면증은 단순히 졸음을 못 참는 게으름이 아니라 엄연한 장애이자 질환"이라며 "주변의 편견을 견디기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면증을 단순 피로로 치부해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의심 증상을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기면증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 동안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잠이 쏟아지는 '주간 과다 졸림증'이 꼽힌다.
여기에 웃음이나 분노, 놀람 등 격한 감정 변화가 생길 때 일시적으로 무릎이나 턱의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울러 잠에 들거나 깰 때 의식은 또렷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마비(가위눌림)'나, 생생하고 공포스러운 시각·청각 환각을 경험하는 '입면기 환각' 역시 기면증의 주요 징후로 꼽힌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