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연금은 내 돈, 생활비 각자 하자"...35년 살림 아내에 '졸혼' 통보한 남편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35년간 살림과 자녀 양육을 전담해 온 60대 전업주부에게 정년퇴직한 남편이 일방적으로 '졸혼'을 통보한 뒤 생활비 지급까지 끊어버린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남편의 일방적인 졸혼 선언과 생활비 단절로 이혼을 고민하게 된 62세 여성 A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A씨는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뒤 35년 동안 두 자녀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가정을 지켰다. 남편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최근 정년퇴직했다. 재직 시절에는 A씨가 가계 경제권을 관리해 왔으나, 남편이 퇴직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남편은 살림에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고, 돈 관리도 직접 맡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마감 세일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 온 뒤 음식 맛을 탓하는가 하면, 한 달 생활비로 50만 원만 지급하며 영수증 증빙까지 요구했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뒤 부부간 갈등은 더 깊어졌다. 지방 출신인 남편은 고향에 내려가 살기를 원했으나, 평생 도시에서 자란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일방적으로 '졸혼'을 제안했다. "이혼은 남들 보기에 창피하니 졸혼하자"고 한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시골 전원주택으로 떠났다.

남편은 떠나면서 "연금은 내가 평생 일해서 받는 돈이니 줄 수 없다. 생활비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며 생활비 지급마저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시골 동네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 자주 어울려 다닌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A씨는 법률 상담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곽동주 변호사는 "졸혼은 법률상 제도가 아니며, 법적으로는 혼인 상태에서 주거만 분리된 '별거'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한 법적인 부양·협조 의무가 그대로 존속하므로, 남편이 일방적으로 생활비를 끊을 권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곽 변호사는 "남편에게 연금 수입이 있음에도 생활비를 끊었다면 가정법원에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과거 부양료는 청구 시점 이후분부터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가급적 신속하게 청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양료 심판이 나온 뒤에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행명령 신청이나 연금 수급 계좌에 대한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남편의 외도 의혹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곽 변호사는 "부부관계가 실질적으로 완전히 파탄 난 상태라면 제3자와의 교제가 불법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번 사안은 남편의 일방적 가출에 가깝고 별거 기간도 짧다"며 "남편의 이성교제는 부정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고, 상대 여성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 이혼으로 이어질 경우 남편의 공무원연금 역시 분할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곽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이미 수령 중인 퇴직연금도 장래 수령액에 대해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며 "35년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한 아내의 기여도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연금은 내 돈'이라는 남편의 주장은 법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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