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명품 가방에 1억 빚"…남편 월급으로 몰래 갚은 아내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이낸셜뉴스] 결혼 전 빚이 없다고 했던 아내에게 실제로는 1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성이 혼인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아내는 해외여행과 명품 가방 구매 등에 사용한 돈을 빌렸으며, 남편의 월급이 들어오는 공동 통장에서 몰래 빚을 갚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아내의 채무를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인취소가 가능한지 법률 상담을 요청했다. 아내가 결혼 전에 빌린 돈을 자신도 갚아야 하는지, 공동 생활비로 이미 상환한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문의했다.
15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결혼 6개월 차인 34세 직장인 A씨가 아내의 숨겨진 채무로 겪고 있는 갈등을 전했다.
두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만나 약 1년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A씨는 연애 당시 아내의 다정하고 싹싹한 성격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라고 생각할 만큼 아내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재산과 채무를 확인할 때도 아내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당시 아내는 "돈을 많이 모아놓지는 못했지만, 빚은 없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저축액과 본인 명의 대출로 신혼집 전세보증금을 마련했다. 결혼 후 생활비는 A씨의 월급이 입금되는 공동 통장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혼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이 생겼다. 카드회사와 저축은행은 물론 처음 들어보는 대부업체에서도 아내 앞으로 우편물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A씨가 우편물에 관해 물으면 아내는 "그냥 단순한 광고물"이라고 답하며 서둘러 치웠다고 한다.
아내의 채무가 드러난 계기는 사채업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A씨에게 연락한 사람은 아내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는 채권추심원이었다.
전화를 받은 A씨가 아내에게 사실을 확인하자 아내는 한동안 대답을 망설이다가 결혼 전부터 빚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카드론과 저축은행 대출, 대부업체 사채를 모두 합친 금액은 약 1억원이었다.
장모도 딸의 채무를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A씨가 적금 납입액으로 알고 있던 공동 통장의 정기적인 자동이체 내역도 실제로는 아내의 개인 채무 상환에 사용된 돈이었다.
결국 A씨의 월급 일부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아내의 빚을 갚는 데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돈을 빌린 이유를 알게 된 A씨는 더욱 당황했다고 한다. 아내는 채무의 절반가량을 결혼 전 해외여행에 사용했고, 나머지는 친구들과의 만남과 가방 구매 등에 썼다고 설명했다.
A씨는 "빚이 생긴 이유는 더 황당했다. 아내는 절반 정도를 결혼 전 해외여행을 다니는 데 썼다고 했다. 나머지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쓰고 가방도 샀다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본인은 어쩌다가 빚이 이렇게까지 불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만약 처음부터 1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동주 변호사는 아내가 결혼 전 거액의 채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사기를 이유로 혼인취소를 청구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곽 변호사는 "돈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빚이 없다'고 분명하게 거짓말을 했고, 빚의 규모가 1억원에 이르며 가족까지 이를 숨기는 데 가담했다면 혼인취소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으니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인취소와 이혼의 법적 차이도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혼인취소는 성립 당시부터 하자가 있던 혼인을 없애는 것이고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되는 내용도 다르다. 그는 "혼인취소가 인정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이혼'이 아니라 '혼인취소'로 기재된다"고 덧붙였다.
아내가 결혼 전에 빌린 돈은 원칙적으로 남편이 대신 갚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결혼 전 각자가 가진 재산과 빚은 각자의 것이다. A씨가 갚을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추심업체가 남편에게 반복적으로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아닌 사람에게 채무를 대신 갚으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해 사생활이나 업무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 통화 내용을 녹음해두고 연락이 반복되면 금융감독원이나 해당 금융회사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공동 통장에서 아내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된 금액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다툴 수 있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재산분할에서 아내가 그만큼 먼저 가져간 것으로 보아 아내 몫에서 빼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계좌 거래내역과 신혼집 전세보증금 마련에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통장 거래내역에서 대부업체나 카드사로 빠져나간 내역을 정리해 두고, 신혼집 전세자금에 누구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보여주는 자료도 챙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