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폭락장 바닥은 5000선?"…반도체·외국인 매도에 달린 증시 운명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물가 예상 웃돌고 국채금리 5%대
외국인 반도체 매도 폭풍에 수급 공백
이익 버텨주면 폭락장 하방은 '5000선'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스피가 대내외 악재에 휘청이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5000선을 단기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과 인공지능(AI) 기업의 신용위험,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이익 전망이 본격적으로 꺾이지 않는다면 5000선에서 하방 지지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5000선이 확정적인 바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삼성증권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저가 매수보다 위험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발 악재에 흔들리는 증시…물가·금리·AI 신용위험 '삼중고'
15일 삼성증권의 주식전략 긴급시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아인 연구원은 최근 증시 조정의 배경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AI 산업의 신용위험,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을 꼽았다.

우선 미국의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계심이 커졌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3.6%를 상회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2.6%로 예상치인 2.5%를 웃돌았다.

고물가 우려는 금리 부담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CPI 발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3%를 넘어섰다가 채권 매수세 유입으로 5.19%에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신흥국 주식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산업의 신용위험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회사채 수익률은 15%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고,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는 향후 5년 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50% 이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 부담과 추가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 AI 투자 확대를 뒷받침해온 자금 흐름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밤 미국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S&P500지수는 1.11%, 나스닥지수는 1.88%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0% 떨어지며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매도 받아줄 주체가 없다…반도체가 지수 하방 압박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소화할 매수 주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됐다.

조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관과 개인의 매수 여력마저 제한되면서 수급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에 외국인 매물이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더라도 이를 받아줄 대기 매수세가 충분하다면 지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매수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대형주 매물이 출회될 때 지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대외 변수도 여전하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고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늘어나면 에너지 수급 불안이 악화할 수 있다. 여기에 10월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빅테크·반도체 기업 실적,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혔다.

■코스피 5000선, 밸류에이션은 낮다…실적이 관건
삼성증권이 코스피 5000선을 주목하는 이유는 밸류에이션이다. 삼성증권은 기업이익 하향 조정이 본격화하지 않는다면 코스피 500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구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보고서가 비교한 올해 3월 말과 7월 말 변동성 확대 국면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주가가 크게 떨어져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더라도 향후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 저평가 매력은 약해질 수 있다"며 "반대로 이익 전망이 버텨준다면 5000선에서 매도 압력이 완화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증권은 이를 근거로 지금이 적극적인 매수 시점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공격적인 비중 확대를 지양하고 위험관리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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