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고소가 무혐의로 끝나면, 상대방은 무고죄일까 [원희영 변호사의 사건이 된 일상]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원희영 법무법인 YK 변호사.
원희영 법무법인 YK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무혐의가 나왔으니 이제 상대방을 무고로 고소할 수 있는 거죠?"
고소당한 사건에서 혐의를 벗고 나면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조사받으러 다니느라 일을 미뤘고, 오래된 대화를 뒤져 자료도 냈다. 가족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 채 수사 결과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 억울한 마음, 고소인을 무고로 고소해서라도 풀고 싶다.

그러나 무혐의 처분만으로 고소인이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고 고소를 생각하고 있다면 결과 통지서의 '혐의없음'이라는 문구보다 그 이유부터 읽어야 한다.

무혐의가 곧 거짓말의 증거는 아니다
형법은 다른 사람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 행위를 무고죄로 처벌한다. 신고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여야 하고, 신고자에게 그에 대한 인식도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이 다투던 중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맞았다고 신고했다고 하자. 상대방은 폭행을 부인하고, 현장을 본 사람이나 영상도 없다. 수사기관이 다른 증거까지 검토한 뒤 폭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더라도, 신고자가 없는 일을 지어냈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은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신고가 사실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무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고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졌다면 신고자가 이를 알면서 신고했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도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했다면 무고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받아들여 신고했다면 무고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고소장에는 어떤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적었지만, 이전 메시지에는 그 설명을 확인하고 답한 내용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는 신고자가 허위임을 알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다른 거래에 관한 답변이라면 해당 고소가 허위임을 입증하기 어렵다.

사실을 꾸민 것과 죄명을 잘못 붙인 것은 다르다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사기로 고소했지만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빌릴 당시부터 상대방을 속였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소인이 돈을 빌릴 때 오간 말과 송금 경위를 사실대로 신고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잘못 판단한 것만으로 무고가 되지는 않는다.

반면 실제로는 들은 적 없는 말을 지어내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팔아 갚겠다고 해서 돈을 빌려줬다"는 식이다. 그 거짓말이 재산이나 변제능력을 속였다는 사기 혐의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실이라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일부 불송치만으로 무고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 혐의 중 일부는 송치되고 일부는 불송치되기도 한다. 불송치된 혐의만 골라 "이 부분은 거짓 고소로 밝혀졌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같은 행위를 여러 죄명으로 고소했으나 수사기관이 그중 일부 죄의 요건만 충족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때는 불송치 처분만으로 신고 내용이 허위였다고 할 수 없다. 신고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주변 사정을 과장한 정도라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일부 혐의가 송치됐다고 나머지 부분의 무고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폭행 혐의가 송치됐더라도 함께 고소한 절도가 지어낸 일이라면, 절도 부분은 별도로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같은 사건에 관한 신고라도 중요한 허위 내용을 덧붙여 고소사실 전체의 성질을 바꿨다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무고 고소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원래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이 확정돼야만 무고 고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 내용의 허위성과 신고자의 인식을 뒷받침할 자료가 확보됐다면, 원래 사건이 진행 중이더라도 고소를 병행할 수 있다. 기존 진술과 새 고소장에서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설명한 곳이 없는지도 대조해야 한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고 허위 신고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우선 원래 사건에서 자신의 혐의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좋다. 처분이 나오면 그 이유와 확인할 수 있는 수사기록을 고소 내용과 대조해야 한다. 고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 무혐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무고 고소를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다.

별도로 협박을 받고 있다면 무고 고소 여부와 관계없이 협박 메시지를 보존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원래 고소 내용까지 허위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고소를 늦추더라도 증거 확보까지 미뤄서는 안 된다. 영상은 보관기간이 지나면 지워질 수 있고, 대화 내역도 삭제될 수 있다. 자료는 먼저 보존해 두고, 공소시효를 확인한 뒤 원래 사건의 진행 상황에 맞춰 고소 시점을 정해야 한다.

고소인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필자가 맡은 사건 중에는 성범죄 피해를 허위로 신고한 고소인이 촬영물을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한 사례가 있다. 이 고소인은 무고와 촬영물등이용협박으로 맞고소 당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고소인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발부됐다.

무고로 고소한 사람도 다시 무고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 자신의 무고 고소가 무혐의로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려고 허위 사실을 신고했고 그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면, 그 고소 역시 무고죄를 구성할 수 있다.

분한 마음에 상대방이 하지 않은 말까지 고소장에 넣어서는 안 된다. 평소 자신을 싫어했다거나 서로 큰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도 허위 신고의 증거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고소장을 내기 전에는 허위라고 지목할 내용과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하나씩 맞춰봐야 한다. 변호인은 원래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토해, 혐의를 벗는 데 도움이 됐던 자료가 상대방의 허위 신고와 그 인식까지 뒷받침하는지 확인한다.

다시 피의자로 조사받게 되면 처벌에 이르지 않더라도 수사에 대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나를 고생시켰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마음으로 고소장을 냈다가, 다시 조사실에서 자신의 혐의를 해명하게 될 수 있다.

[필자 소개] 원희영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 기자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YK에서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평범한 일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살피고,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과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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