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에도 두 발로 걷는 비결은?
[파이낸셜뉴스] 백세까지 두 발로 걷는 힘은 다리보다 뇌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걷는 백세인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후보 유전자 42개 가운데 15개가 뇌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됐다. 건강 장수의 조건을 유전체와 현장조사, 국가 통계로 함께 짚는 백세인 포럼에서 이런 연구 결과가 공개된다.
전남대병원은 16일 포럼을 열고 백세인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은 2001년 서울대 의대에서 시작해 전남대 의대가 이어받으며 25년간 백세인 연구를 이어 왔다. 지난 6월에는 전북 고창에서 제30회 국제백세인컨소시엄(ICC) 연례 학술대회를 주관했다.
김정수 조선대 교수는 '걷는 백세인의 유전체가 말하는 뇌 건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백세인의 보행 능력을 기능적 보행지수(FAC)로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후보 유전자 42개 가운데 15개가 뇌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됐고, 특히 소뇌와 대뇌피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많았다.
보행 능력을 이해하려면 근육과 신체 기능뿐 아니라 뇌 기능과 신경 조절 체계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보행 기능 유지에 뇌와 근육을 잇는 신경 조절 네트워크가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포럼에서는 전북 고창 백세인 현장조사 결과도 공개된다. 고창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2.0%로 전국 평균(22.2%)의 2배에 가까운 초고령 농촌 지역이다. 연구팀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0일까지 고창군에 사는 90~102세 51명을 방문해 면접조사를 했다. 평균 나이는 95.2세였고, 100세 이상은 6명이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한 마을에서 평균 68.5년을 살았고, 장소애착 점수는 5점 만점에 4.07점이었다. 이웃·지인과 자주 어울린다는 응답은 62.5%, 정기 모임에 참여한다는 응답은 61.7%였다. 최근 집 밖에서 들른 곳은 병원(74.5%), 식당(51.1%), 마을회관(48.9%) 순이었고, 참여 중인 모임도 마을회관·마을 모임이 가장 많았다.
반면 생존 자녀는 평균 5.2명이었지만 72%가 혼자 살았다. 만성질환 관리 점수는 4점 만점에 3.5점으로 높았지만, 운동·신체활동 점수는 3점 만점에 1.4점에 그쳤다. 혼자 외출할 수 있는 사람은 45%였고, 이웃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로는 81.3%가 '몸이 불편해서'를 꼽았다.
연구진은 마을회관을 거점으로 한 신체활동 프로그램, 외출 동행과 교통 지원, 신체 기능이 떨어진 뒤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문형 교류 프로그램 등 농촌형 통합돌봄 확대를 제언한다.
한재영 전남대 노인의학센터장(전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백세인의 건강 장수는 개인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오래 살아온 지역과의 유대, 이웃과의 교류, 일상 활동 여건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한 농촌형 통합돌봄 체계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주 전남대 식품영양과학부 교수는 백세인의 영양·식습관 비교 결과를, 이루지 화순전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고창 백세인 조사 현황과 특성을 발표한다.
배상무 국가데이터처 호남지방데이터청 팀장은 특별강연에서 2025년 기준 국내 100세 이상 고령자가 8604명으로 5년 전보다 54% 늘었다고 소개했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는 전남이 31.8명으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고, 전국 평균은 17.3명이었다. 시군 중에서는 전남 고흥군이 91.8명으로 가장 많았다.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백세인 연구는 오래 사는 사람의 특징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조건과 사회가 준비할 과제를 함께 찾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장조사와 유전체 연구, 국가 통계가 연결돼 개인 건강관리부터 지역사회 돌봄 정책까지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