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중년 남성만의 병?" 20~30대 여성도 위험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간경변증은 오랫동안 술을 마신 중년 남성의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에 입원한 여성 환자 5명 중 1명꼴로 간경변증 진단을 받았고, 그중에는 20·30대도 있었다. 20일 '간의 날'을 앞두고, 젊은 여성의 폭음이 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이 현재 입원 중인 여성 환자를 자체 집계한 결과, 54명 중 11명이 간경변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경변증은 음주 외에도 여러 원인으로 생길 수 있어 이들 모두를 술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과도한 음주가 간 손상과 간경변증의 주요 위험 요인인 만큼 젊은 여성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간경변증은 간 손상이 계속되면서 정상 간 조직이 섬유화돼 간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질환이다. 과도한 음주뿐 아니라 B·C형 간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안민철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알코올은 주로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와 산화 스트레스가 간세포를 손상시킨다"며 "초기 지방간은 금주로 호전될 수 있지만 간경변증까지 진행하면 회복이 쉽지 않고, 복수와 황달, 식도·위 정맥류 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의 음주 지표는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한 번에 많이 마시는 폭음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은 한 술자리에서 5잔 이상을 월 1회 이상 마시면 '월간 폭음', 같은 양을 주 2회 이상 마시면 '고위험 음주'로 분류된다.
질병관리청의 '2025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월간 폭음률은 20대 34.2%, 30대 26.6%, 40대 23.6%였다. 특히 30·40대 여성의 월간 폭음률은 2019년보다 높아졌다.
안 원장은 "매일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자신의 음주 습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음주 빈도뿐 아니라 한 번에 마시는 양과 폭음의 반복 여부도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는 습관이 이어진다면 음주 패턴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질환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음주량과 음주 기간,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폭음이 반복되거나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상승이나 지방간이 확인됐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안 원장은 "간경변증 진단을 받은 뒤에도 음주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면 의지의 문제로 보거나 '왜 또 술을 마셨느냐'고 비난하기보다 알코올 사용장애가 동반됐는지 살펴야 한다"며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이 확인되면 음주량을 줄이는 데 그치지 말고 단주를 치료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