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뇌경색 부르는 '동맥박리', 5명 중 1명 재발…첫 주가 고비 [헬스체크]
[파이낸셜뉴스] 50세 이하 젊은 뇌경색 환자라면 목과 머리 혈관 벽이 찢어지는 '두개경부동맥박리'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질환으로 뇌경색이 생긴 환자 5명 중 1명은 1년 안에 다시 뇌경색을 겪었고, 재발은 대부분 첫 일주일 안에 일어났다.
두개경부동맥박리는 뇌로 피를 보내는 머리나 목 부위 동맥의 안쪽 벽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혈관 벽 사이로 파고드는 질환이다. 벽 사이에 피가 고여 벽이 두꺼워지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고, 뇌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뇌경색이 생길 수 있다. 50세 이하 젊은 층 뇌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홍정호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장성화 국제성모병원 신경과)은 국내 17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CRCS-K-NIH)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 13일자에 실렸다.
이 질환으로 인한 뇌경색 재발은 증상 직후에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대부분 증상 발생 후 약 일주일이 지난 환자를 대상으로 해 위험이 높은 초기 양상을 포착하기 어려웠다. 일시적인 증상 변화와 실제 재발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2011~2021년 급성 뇌경색이나 일과성 허혈발작(TIA·미니 뇌경색)으로 입원한 환자 7만5903명 가운데 증상 발생 7일 이내에 두개경부동맥박리를 진단받은 711명을 1년간 추적했다. 이들은 증상 발생 후 중앙값 7.7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해 기존 연구보다 이른 시점부터 관찰됐다. 입원 중에는 MRI에서 새 뇌경색이나 기존 병변의 확대가 확인된 경우만 재발로 판정했다.
누적 재발률은 첫날 8.7%, 1주일 이내 17.4%로 빠르게 올랐다. 이후 증가 폭은 크지 않아 1개월 이내 18.4%, 1년 이내 19.9%였다. 환자 1000명을 하루 동안 관찰했을 때의 재발 건수로 환산하면 첫날 271.2건에서 2~3일째 44.9건, 4~7일째 13.8건으로 급감했고, 1주일 이후에는 0.1건에 그쳤다.
그동안 임상에서는 박리가 머리 안쪽 혈관에 생겼는지 목 혈관에 생겼는지를 중요하게 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박리 위치는 재발 위험과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재발 위험과 뚜렷한 관련을 보인 것은 혈관의 모양이었다. 벽 사이로 파고든 혈액이 벽을 안쪽으로 밀면 혈관이 좁아지고 바깥쪽으로 밀면 늘어날 수 있다. 혈관 영상에서 좁아지기만 한 환자는 좁아진 부분과 늘어난 부분이 함께 있는 환자보다 1년 내 재발 위험이 1.69배 높았다.
혈관 안에 혈류 통로가 두 개로 보이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년 내 재발 위험이 1.87배 높았고, 증상 발생 2~3일째 재발 발생률은 3.84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혈관 벽 사이에 피가 흐르는 새 공간이 생기면 원래 통로와 나란히 놓여 두 개의 길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호 교수는 "재발 위험을 평가할 때는 혈관 영상에서 보이는 형태적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박리된 혈관 모양에 따라 위험도를 세분화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희준 교수는 "입원 시점부터 전향적으로 등록한 전국 규모 자료로 기존 연구에서 놓치기 쉬웠던 초기 재발 양상을 살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재발이 첫 일주일에 집중되는 만큼 환자 상태가 안정돼 보이더라도 이 시기에는 세심한 관찰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