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퇴근길 롯데뮤지엄서 술 한잔…이강소 '소멸'이 만든 만남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드위크 뮤지엄' 두 차례 열려 60여명 참여
큐레이터 해설 뒤 평상서 음식·공기놀이 즐겨

롯데뮤지엄 '미드위크 뮤지엄' 참가자들이 이강소의 설치작 '소멸'에서 술과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뮤지엄 '미드위크 뮤지엄' 참가자들이 이강소의 설치작 '소멸'에서 술과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퇴근 후 미술관에서 술과 음식을 나누고 공기놀이를 하며 작품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열렸다. 1973년 화랑에 선술집을 들여놓은 이강소의 '소멸'을 오늘의 관객이 함께 경험하는 자리였다.

16일 롯데뮤지엄에 따르면 전시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과 연계한 '미드위크 뮤지엄'이 지난달 17일과 지난 15일 두 차례 진행됐다. 폐관 후 소수 정원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해설을 맡았다. 총 60여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설치작 '소멸'이 있었다. 이강소가 1973년 명동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업이다. 당시 작가는 자주 찾던 선술집의 탁자와 의자 등을 전시장으로 옮겨 일주일간 실제 선술집을 운영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만들어내는 시간과 관계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강소는 1974~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기획하는 등 국내 실험미술의 활동 기반을 넓혔다. '소멸'은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회고전 '이강소: 풍래수면시'에서도 관객이 자유롭게 오가며 즐기는 공간으로 재해석됐다.

롯데뮤지엄은 한국의 마당 문화에서 착안한 평상 공간을 마련했다. 오후 7시 모인 참가자들은 큐레이터와 주요 작품을 살펴본 뒤 '소멸'로 돌아와 전통주와 술빵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공기놀이 대회도 열어 처음 만난 관객들이 교류할 계기를 만들었다.

참가자 대다수는 인근 회사 직장인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찾은 이들뿐 아니라 혼자 술을 마시러 왔다가 다른 참가자들과 합석한 이도 있었다.

롯데뮤지엄 '미드위크 뮤지엄' 참가자들이 이강소의 설치작 '소멸'에 마련된 평상에서 공기놀이를 즐기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뮤지엄 '미드위크 뮤지엄' 참가자들이 이강소의 설치작 '소멸'에 마련된 평상에서 공기놀이를 즐기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뮤지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장에 마련된 선술집 공간. 탁자와 의자 뒤로 관람객들의 글과 그림으로 채워진 방명록이 보인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뮤지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장에 마련된 선술집 공간. 탁자와 의자 뒤로 관람객들의 글과 그림으로 채워진 방명록이 보인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한 참가자는 "작가의 초기 실험미술이 지금 봐도 굉장히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설치 당시 퍼포먼스처럼 체험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전했다.

전시 말미에는 작가의 '안 하던 짓을 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관람객이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감상을 기록하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회화·조각·설치·사진·영상·판화와 아카이브 등 150여점을 통해 이강소가 1970년대부터 이어온 실험을 살펴본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잠실은 주변 직장인을 비롯해 쇼핑과 여가를 위해 방문하는 다양한 관람객이 모이는 장소"라며 관람객의 생활 방식에 맞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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