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내가 버는데 집안일까지 반반?"…외벌이 부부의 끝없는 전쟁 [선 넘는 사람들]
남편은 생계 부담, 아내는 끝없는 육아·집안일
외벌이 아내 가사노동 하루 6시간 53분
가사 공평 분담 찬성 64.4%…실제 22.1%
돈 버는 노동과 집안 노동, 공평의 기준은
[파이낸셜뉴스] 토요일 아침. 일주일 내내 시달린 남편은 늦잠이 간절하다. 하지만 아내는 보채는 아이를 달래며 산더미 같은 설거지 앞에 서 있다.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볼멘소리다.
"평일 내내 돈 벌어왔는데, 주말에는 좀 쉬자."
아내의 입장은 단호하다. "당신은 퇴근이라도 있지, 나는 퇴근이 어딨어?" 밥 차리고, 씻기고, 치우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주말만큼은 짐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내가 버는데 집안일까지 똑같이 해?" vs "집에서 애 키우고 살림하는 건 일도 아닌가."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다. 가족을 위한 '경제적 노동'과 '가사 노동'의 무게를 어떻게 잴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다.
숫자로 본 현실은 차갑고 선명하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남편 외벌이 가구에서 아내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6시간 53분이었다. 반면 남편은 1시간 23분에 불과했다. 무려 5시간 30분의 격차다.
아내의 가사노동을 일주일로 환산하면 약 48시간 11분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의 무게마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반전도 있다. '아내'가 외벌이를 할 경우 남편의 가사노동은 하루 평균 3시간 30분, 아내는 3시간 5분이었다. 격차는 단 25분. 남편이 돈을 벌 때는 5시간 30분 차이가 났지만, 아내가 돈을 벌 때는 사실상 차이가 사라졌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따르지 않는다. 지난 9월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40~64세)의 64.4%가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10년 전(37.9%)보다 크게 뛴 수치다.
하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응답은 22.1%에 그쳤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무려 42.3%포인트다.
그렇다면 '공평'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루 9시간 일한 남편과 7시간 가사노동을 한 아내가 남은 집안일을 기계적으로 반씩 나누는 것이 공평일까. 반대로 돈을 번다는 이유로 주말 육아에서 완전히 면제받는 것은 정당한가. 부부가 느끼는 '부담'을 나누는 것은 시간을 똑같이 나누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갈등의 본질은 두 사람의 노동이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데 있다.
외벌이 남편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고용 불안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압박감이다. 반면 아내를 지치게 하는 건 '출퇴근이 없는' 무한 반복의 굴레다. 식사와 돌봄은 물론, 아이의 예방접종이나 학교 준비물을 챙기고 일정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그림자 노동)'까지 모두 아내의 몫이다.
결국 누가 더 힘드냐는 소모적인 배틀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서로의 노동이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지탱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최소한의 휴식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휴일 오전, 소파의 남편과 싱크대 앞의 아내. 어쩌면 둘 다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의 헌신을 당연시하는 순간, 평범한 주말은 전쟁터로 변한다.
생계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집안일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어디까지가 '공평한 선'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