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진압 도구와 권력자의 사과…작품 사이를 읽는 광주비엔날레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개막 41일 만에 누적 관람객 20만명 넘어
회화·영상·조각 잇는 상징…11월 15일까지
11월 6~8일 퍼포먼스·워크숍 등 클로징 행사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제임스 T. 홍의 영상 작품 '사과'. 오른쪽에는 사사키 켄의 회화 '국회의사당'이 걸려 있다. 사진=전병철 ©광주비엔날레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제임스 T. 홍의 영상 작품 '사과'. 오른쪽에는 사사키 켄의 회화 '국회의사당'이 걸려 있다. 사진=전병철 ©광주비엔날레

[파이낸셜뉴스] 회화에 그려진 진압 도구가 다른 그림에 다시 등장하고, 그 옆에서는 권력자들의 공개 사과 영상이 흐른다. 반환점을 지난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작품 사이의 연결을 통해 권력과 삶의 변화를 돌아보게 한다.

17일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지난달 5일 개막해 오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싱가포르 출신 시각예술가 호추니엔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림과 돌, 영상 사이의 연결고리
전시 제목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론의 토르소'(1908)의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전시실의 영문 주제도 '분자와 나(Molecules and Me)', '신체와 관계(Bodies and Bonds)'처럼 주요 단어의 첫 알파벳을 맞춰 언어적 리듬을 살렸다.

제1전시실의 왕 지아하오 회화들은 시대의 변화와 개인의 삶을 겹쳐 보여준다. '청춘에게(룽징산으로 가는 길에서)'에는 연인과 외제차가, '베풂'에는 아이를 돌보는 부부가 등장한다. 작품들 앞에 놓인 화산석 세 개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을 연상시키며 가족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의 왕 지아하오 회화와 제주 화산암. 가족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화산암 세 개가 회화 앞에 배치돼 있다. ©광주비엔날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의 왕 지아하오 회화와 제주 화산암. 가족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화산암 세 개가 회화 앞에 배치돼 있다. ©광주비엔날레

사사키 켄의 회화 60점은 제1~4전시실에 걸쳐 등장한다. 입구에 걸린 '운동화'와 '부츠', '욕실 매트(이케아)'는 눈높이보다 낮게 배치돼 관람객을 맞는다.

제1전시실의 '사스마타(제압용 막대)'는 거리를 두고 사람을 제압하는 일본의 진압 도구를 그린 작품이다. 제3전시실의 '국회의사당' 속 경찰관도 이 도구를 들고 있어 서로 다른 공간을 잇는다.

'국회의사당' 옆에는 정치인들의 공개 사과를 모은 제임스 T. 홍의 영상 '사과'가 놓였다. 10시간43분 길이의 작품으로, 전시관 외벽에서도 오후 7~9시 상영된다.

맞은편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은 무솔리니와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조각상을 본뜬 작품이다. 실리콘과 아크릴 레진으로 권위의 상징을 유연하고 불안정하게 바꿨다. 사람을 통제하는 도구와 권력자의 사과, 형태를 바꾼 기념상이 권력이라는 맥락에서 이어진다.

사사키 켄의 '사스마타(제압용 막대)'. 사람을 제압하는 일본의 진압 도구를 그린 작품으로, 같은 도구가 작가의 다른 회화 '국회의사당'에도 등장한다. 사진=전병철 ©광주비엔날레
사사키 켄의 '사스마타(제압용 막대)'. 사람을 제압하는 일본의 진압 도구를 그린 작품으로, 같은 도구가 작가의 다른 회화 '국회의사당'에도 등장한다. 사진=전병철 ©광주비엔날레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 전시 전경. 무솔리니와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조각상을 실리콘과 아크릴 레진으로 본뜬 작품이다. 사진=전병철 ©광주비엔날레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 전시 전경. 무솔리니와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조각상을 실리콘과 아크릴 레진으로 본뜬 작품이다. 사진=전병철 ©광주비엔날레

■관람객 20만명 넘어…AI·정기 해설 운영
누적 관람객은 개막 41일차인 지난 15일 기준 20만719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9~11일 한글날 연휴 사흘 동안에도 약 2만명이 찾았다.

작품 감상에는 인공지능(AI) 도슨트 '도슨트Q'를 활용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작품을 촬영하면 설명을 받을 수 있다. 다국어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해설도 지원한다.

정기 해설은 낮 12시를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총 7회 진행된다.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5~20명 단체 해설과 매주 금·토요일 영어 해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전시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폐막에 앞서 11월 6~8일에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거시기홀 등에서 퍼포먼스, 워크숍, 상영·대화 프로그램이 열린다. 정금형의 퍼포먼스 '재활 훈련', 크리스티안 니얌페타의 워크숍, 기획팀의 클로징 토크 등이 마련된다. 참가 신청은 오는 29일까지 받는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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