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고수온 양식·딥페이크… 제주 고교생 50팀, 과학으로 해법 찾는다
제주대서 5개 분야 탐구결과 발표
양식장 산소 공급·재난 대응 등 연구
중·고생 650여명·전문가 특강 11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산불 초기 진압을 위한 소방용 로켓의 비행 경로부터 고수온 양식장의 산소 공급 효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탐지까지. 제주 고등학생 50개 팀이 지역 산업과 환경·안전 문제를 과학적 연구 주제로 삼아 수행한 탐구 결과를 발표한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제주대학교에서 '2026 고등학생 융합컨퍼런스'가 열린다. 도내 고교생 50개 팀이 물리·지구과학, 화학, 생명과학, 공학, 융합과학 등 5개 분야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중·고교생 약 650명이 참여할 예정이며 오후에는 대학·연구기관 전문가들의 특별강연 11개가 진행된다.
주목할 부분은 학생들이 선정한 연구 주제다. 교과서의 과학 원리를 확인하는 실험과 함께 제주 산업현장의 문제와 생활 속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과제들이 포함됐다.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구체적인 연구 질문으로 발전시키고 실험과 데이터 분석으로 답을 찾으려는 시도다.
제주 양식업의 현안인 고수온 문제도 연구 대상에 올랐다. 대기고등학교 '김시동' 팀은 고수온 양식 환경에서 폭기 방식에 따른 용존산소 회복 효율과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한다.
폭기는 물속에 공기를 공급해 산소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수온이 높아지면 물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양식장에서는 산소 공급과 수질 관리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공기 공급 방식에 따른 산소 회복 효과와 전력 소비량의 차이를 탐구했다.
재난 대응과 관련한 연구도 발표된다. 대기고 '하라하라의 물리학 카페' 팀은 산불 초기 진압을 위한 소방용 로켓의 비행 경로 제어와 탄도 예측 모델을 설계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로켓의 이동 경로와 낙하지점을 물리학적으로 예측해 산불 진압에 활용할 가능성을 탐구한 내용이다.
제주의 바람도 과학적 분석 대상이 됐다. 표선고 'VENTUS' 팀은 제주 드림타워를 중심으로 건물 사이 개방 공간에서 풍속이 증가하는 원리를 연구했다. 고층 건축물과 주변 공간의 형태가 바람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연구도 눈에 띈다. 서귀포고 '서고캐치' 팀은 전이학습과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을 결합한 딥페이크 탐지 시스템 구현을 주제로 발표한다.
전이학습은 이미 학습한 AI 모델의 지식을 새로운 문제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은 AI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방법이다. 학생들은 조작된 영상이나 이미지를 탐지하면서 판별 근거까지 설명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첨단 산업기술을 다루는 과제도 포함됐다. 제주과학고 '큐러닝' 팀은 강화학습 기법인 Q-learning을 활용해 전력반도체의 발열 특성과 전자기 간섭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탐구했다. 오현고 '세 얼간이' 팀은 강화학습을 적용한 4족 로봇의 가상환경 보행과 실제 보행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효율을 비교하는 연구를 발표한다.
지역 농수산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연구도 선보인다. 한림고 '감귤' 팀은 온주밀감 펙틴과 알긴산을 활용한 친환경 고분자 필름의 제조와 특성을 연구했다. 펙틴은 과일 등에 들어 있는 천연 다당류로, 필름이나 겔 형태의 소재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서귀포여고 '네모바지' 팀은 해양 유류오염 방제를 위한 친유성 천연 흡착제의 효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 물보다 기름을 잘 흡수하는 소재의 특성을 비교해 해양오염 대응에 활용할 가능성을 살펴보는 과제다.
탐구발표는 물리·지구과학 10팀, 화학 10팀, 생명과학 12팀, 공학 9팀, 융합과학 9팀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제주대 내 5개 발표장에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각 팀에는 발표 10분과 질의응답 5분 등 15분이 배정됐다. 연구 목적과 가설, 실험설계,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연구의 타당성과 한계를 점검하도록 구성됐다.
오후 2시부터는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강연 11개가 이어진다. 서울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양자기술, AI 반도체, 생명과학, 로봇, 미래 에너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한 강연도 마련됐다. 최진영 대전제일고 교사는 과학탐구보고서 작성법을 주제로 연구 질문 발굴과 가설 설정, 실험 결과 분석, 생성형 AI의 연구 활용과 교차 검증 방법 등을 설명한다.
이번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주관하고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융합컨퍼런스사업추진단, 과학중점학교 교과연구회가 후원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