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4·3 영령 위로한 한라산 영산대재… 위성곤 지사 총제관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17일 관음사서 불자·도민 800여명
조선시대 산신제·불교 의식 결합
위 지사, 기후·경제위기 극복 기원

17일 제주시 관음사에서 열린 제27회 한라산 영산대재에서 전통 제복을 갖춘 제관들이 제단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한라산신제와 불교 의식을 결합한 영산대재에는 제주4·3 희생자를 위로하고 도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7일 제주시 관음사에서 열린 제27회 한라산 영산대재에서 전통 제복을 갖춘 제관들이 제단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한라산신제와 불교 의식을 결합한 영산대재에는 제주4·3 희생자를 위로하고 도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조선시대 한라산신제의 전통과 불교 의식을 결합한 한라산 영산대재가 제주4·3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로 열렸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총제관을 맡아 제주의 평안과 사회 화합을 기원했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는 이날 오후 제주시 관음사 삼성각 앞 특설무대에서 '제27회 한라산 영산대재'를 봉행했다. 관음사 주지 무소 허운 스님과 불교계 인사, 도내 주요 기관장, 불자와 도민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한라산 영산대재는 부처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재현한 불교 의식인 영산재에 제주의 전통 제례인 한라산신제를 결합한 의식이다. 한라산신과 해신·천신 등 제주의 자연신에게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고 제주4·3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라산신제는 조선시대 국가 제례의 성격을 지녔다. 본래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지냈지만 제물을 운반하는 주민들의 고충이 컸다. 1470년 제주목사 이약동이 지금의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에 제단을 설치한 것도 주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17일 제주시 관음사에서 열린 한라산 영산대재의 축문 낭독 순서. 총제관을 맡은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기후·경제위기 극복과 제주4·3의 상처 치유, 도민 화합을 기원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7일 제주시 관음사에서 열린 한라산 영산대재의 축문 낭독 순서. 총제관을 맡은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기후·경제위기 극복과 제주4·3의 상처 치유, 도민 화합을 기원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현재 산천단에서 이어지는 한라산신제와 관음사의 영산대재는 별개의 의식이다. 관음사는 한라산신제의 전통을 불교 의례에 수용해 제주의 자연신앙과 역사적 기억을 함께 기리고 있다.

행사 장소인 관음사 역시 제주4·3의 상흔이 남은 곳이다. 4·3 당시 무장대와 토벌대가 대치했던 한라산 북사면에 자리한 관음사는 1949년 2월12일 토벌대에 의해 대웅전 등 전각 7채가 불에 타 소실됐다. 이날 봉행된 영산대재의 4·3 위령 의식에는 이러한 장소의 역사성도 담겨 있다.

총제관을 맡은 위성곤 지사는 호법신중과 천신, 한라산신, 해신 앞에서 축문을 낭독하며 도민의 안녕을 기원했다.

17일 제주시 관음사에서 열린 제27회 한라산 영산대재에서 전통 의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불교 의례와 제주 고유의 산신제 전통이 어우러진 영산대재에는 불자와 도민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7일 제주시 관음사에서 열린 제27회 한라산 영산대재에서 전통 의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불교 의례와 제주 고유의 산신제 전통이 어우러진 영산대재에는 불자와 도민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위 지사는 축문에서 "우리는 기후위기와 경제위기가 동시에 닥친 복합적인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세계 평화의 섬 제주가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달라"고 기원했다.

이어 제주4·3의 역사적 아픔을 자비와 화해의 정신으로 치유하고, 영산대재가 제주 사회의 갈등을 풀어가는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발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라산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제주의 전통 제례를 되새기며 4·3 희생자를 추모하고 도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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