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

"딱 2년만 더 살고 싶은데"…서울 전세 거래 반토막, 세입자들의 눈물 [하우스 시그널]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1만2160건→6325건…1년 새 48% 급감
전세 매물도 16.6% 감소…월세 비중은 52.3%까지 상승
월세 150만원이면 5년간 9000만원…가계 부담 눈덩이
집값에 밀리고 전세에 막히고…평범한 가족의 보금자리 위협

기사의 이해를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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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곱 살 아이에게 이사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이다.

매일 저녁 미끄럼틀을 타던 놀이터, 아침마다 손잡고 걷던 유치원 가는 길, 그리고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동네 단짝 친구들과의 작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웬만하면 같은 동네를 떠나지 않으려 한다. 집이 조금 비좁아도, 주차장이 낡았어도 참을 수 있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커갈 수만 있다면, 부모는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한다.

하지만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순간, 이 소박하고 당연했던 바람은 부모의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청구서로 돌변한다.

"딱 2년만 이 동네에서 더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지금 서울의 차가운 통계 앞에서 부서지고 있다.

■ 전세 거래 반토막… "단지에 남은 집이 없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주택 밀집 지역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주택 밀집 지역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뉴시스

어렵게 적응한 아이를 위해 같은 단지, 혹은 길 건너 아파트로라도 이사를 하려 부동산 문을 두드려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전세 물건이 아예 없어요."

숫자는 세입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를 정확히 뒷받침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만2160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올해 9월 6325건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 사이 무려 5835건, 약 48%가 증발했다. 두 건 중 한 건의 거래가 사라진 셈이다.

단순히 이사를 안 가서 거래가 줄어든 것만도 아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31건으로,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시장에 나올 집 자체가 말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직장 출퇴근이 가능하고, 아이 학교가 가까운 '우리 가족이 살 만한 집'을 고를 선택지 자체가 서울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 전셋값 10% 껑충… 5000만 원 올려주려면 '월 208만 원' 저축해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더 절망적인 것은 턱없이 줄어든 매물마저 가격표가 훌쩍 뛰었다는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 가까이 상승했다.

이 10%라는 숫자가 평범한 가계부에 미치는 파장은 가혹하다. 2년 전 5억 원짜리 전셋집을 구했던 맞벌이 부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같은 동네에 머물기 위해 10% 오른 보증금을 맞춰주려면 500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2년 동안 5000만 원을 순수하게 저축하려면 매달 약 208만 원을 통장에 꽂아 넣어야 한다. 아이 식비, 영어 학원비, 양가 부모님 용돈, 각종 공과금을 모두 치르고 한 달에 200만 원 넘는 돈을 꼬박 남길 수 있는 3040 가정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 대출 창구를 찾아야 한다. 연 5% 금리로 5000만 원을 빌리면 매달 약 20만8000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1년이면 250만 원, 2년이면 500만 원이다. 오르지 않는 월급에서 매달 20만 원씩 구멍이 난다면 당장 주말 외식부터 줄이고 아이의 예체능 학원 하나를 끊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 등 떠밀린 월세행… 5년이면 9000만 원이 허공으로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와 동대문구, 성북구 등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가 잇따라 8억 원대를 넘어섰으며, 마포구에서는 10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도 나왔다. 2026.10.04. xconfind@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와 동대문구, 성북구 등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가 잇따라 8억 원대를 넘어섰으며, 마포구에서는 10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도 나왔다. 2026.10.04.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

수천만 원의 목돈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결국 '월세'라는 마지막 선택지로 내몰린다.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3%로 절반을 넘어섰다. 1년 전(44%)보다 8.3%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전세금을 돌려주기 부담스러운 집주인의 셈법과, 목돈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의 처지가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월세는 결코 가벼운 대안이 아니다. 매달 150만 원의 월세를 낸다고 가정해 보자. 1년이면 1800만 원, 5년이면 9000만 원이다.

만약 이 가정이 한 달에 150만 원씩 저축을 했다면 5년 뒤 9000만 원이라는 든든한 종잣돈을 쥐었을 것이다.

노후를 대비하거나 내 집 마련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월세를 택하는 순간, 이 9000만 원은 온전히 거주를 위한 소모성 비용으로 통장에서 증발해 버린다. 주거의 대가라고는 하지만, 자산을 축적할 기회마저 앗아가는 뼈아픈 기회비용이다.

■ 주거비를 아끼면, 아이와의 저녁 시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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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견디지 못해 집을 줄이거나 더 싼 외곽으로 이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보증금이라는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가족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경기 외곽으로 밀려나는 순간 부모의 출퇴근 시간은 왕복 1시간 이상 늘어난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아이는 이미 잠들어 있거나, 눈을 맞추며 오늘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정하게 물어볼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게 된다. 돈을 아끼기 위해 가족이 함께 보낼 소중한 저녁 시간을 통째로 반납하는 셈이다.

일요일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휴대폰으로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무겁다. 대단한 벼락부자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익숙한 동네에서, 아이가 친구들과 웃으며 유치원을 졸업하고, 퇴근 후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일상.

"이 동네에서 딱 2년만 더 살 수 없을까."

누군가에게는 숨 쉬듯 당연한 이 평범함이, 2026년 서울의 가을을 지나는 수많은 세입자에게는 너무도 값비싸고 간절한 소원이 되어버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서울 전세 거래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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