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년 전 제주목사의 '노인 잔치'… 제주목 관아서 다시 연다
24일 망경루서 75세 이상 100여명 초청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 양로연 재현
지혜 청하고 차 올리는 전통 의례
궁중음악·무용 공연… 누구나 관람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324년 전 제주목사가 지역 노인들을 위해 베풀었던 잔치가 당시 모습을 기록한 그림을 바탕으로 제주목 관아에서 재현된다. 조선시대 국가가 노인을 예우했던 전통을 되살리고, 75세 이상 어르신 100여명을 초청해 세대 간 공경의 의미를 나누는 행사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오는 24일 오후 3시30분 제주시 제주목 관아 망경루 앞마당에서 '제9회 제주양로 재현행사'가 열린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주최·주관하며 도내 75세 이상 어르신 100여명을 초청한다. 일반 관람객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행사의 역사적 근거는 조선 후기 제주의 사회상을 담은 기록화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다.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 각 고을을 순찰하고 주요 행사를 개최한 장면을 화공 김남길이 그림으로 남긴 자료다. 그림 41면과 서문 2면 등 모두 43면으로 구성돼 있으며 1703년 완성됐다.
이 가운데 '제주양로(濟州養老)'에는 1702년 11월19일 이형상이 망경루 앞에서 노인들을 초청해 잔치를 베푼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기록에는 80세 이상 183명, 90세 이상 23명, 100세 이상 3명 등 고령자에 관한 내용도 남아 있다.
양로연(養老宴)은 조선시대 나라가 노인을 공경하기 위해 마련한 잔치다. 도성에서는 국왕이, 지방에서는 수령이 주관했다. 세종은 1432년 양로연에 신분이 낮은 노인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 노인을 위한 연회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노인을 공경하는 데 신분의 높고 낮음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번 재현행사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제주목사가 노인들에게 예를 갖추는 의례를 선보인다.
행사는 초청 어르신들의 합창으로 시작된다. 제주목사 역할을 맡은 출연자가 환영 인사를 건넨 뒤 노인 대표에게 삶의 지혜를 청하는 '걸언(乞言)'과 어르신께 차를 올리는 전통 의례가 이어진다.
궁중음악과 궁중무용도 무대에 오른다. 정악 전문 연주단체가 장수를 기원하는 '수연장지곡'을 연주하고 제주도립무용단은 궁중무용 '춘앵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어르신들의 삶과 노동의 기억이 담긴 농요 공연도 마련된다.
춘앵전은 19세기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를 위해 창작한 궁중무용이다. 1702년 양로연보다 뒤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번 행사는 당시의 예우 의례를 중심으로 여러 시대의 궁중예술을 함께 선보이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행사가 열리는 제주목 관아는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행정과 군사 업무를 수행하던 공간이다. 324년 전 양로연이 개최된 장소에서 당시의 기록을 오늘의 문화행사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제주도는 탐라순력도에 기록된 전통문화를 도민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양로 재현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10월 경로의 달을 맞아 노인 공경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소 접하기 어려운 궁중음악과 무용을 지역에서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탐라순력도에 담긴 제주의 역사를 눈앞에서 보여드리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양로연을 재현한다"며 경로의 달을 맞아 제주목 관아 방문을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