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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64%까지 불렸는데"…국민연금, 182조 증발에도 증시 안전판 못 됐나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3개월 반 만에 주요 보유주식 평가액 182조 감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이 감소분 72% 차지
주식 비중 64.5%…국내주식 29.1%로 목표치 웃돌아
채권 줄이고 주식 늘린 자산배분…급락장 매수 여력 제약 우려
코스닥 지분 축소 두드러져…집중위험 관리 과제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 급락으로 국민연금의 주요 보유주식 평가액이 3개월여 만에 182조원 넘게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31조원이 증발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채권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 비중을 64.5%까지 확대한 가운데 국내주식 비중도 29.1%에 달하면서, 증시 급락장에서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한 상장사 287개 종목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15일 기준 333조533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반 만에 182조3963억원(35.3%) 감소했다.

평가액 감소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의 평가액 감소분은 74조2261억원으로 가장 컸다. 삼성전자에서도 56조8710억원이 줄었다. 두 종목의 감소액을 합하면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71.8%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 말 33만4000원에서 이달 15일 21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급락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 7.84%, SK하이닉스 지분 7.32%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구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금융부문 자산 1864조8000억원 가운데 국내주식 비중은 29.1%, 해외주식은 35.4%로 전체 주식 비중이 64.5%에 달했다. 반면 국내채권은 15.4%, 해외채권은 5.9%로 전체 채권 비중은 21.3%에 그쳤다. 국내주식 비중은 올해 말 목표치인 20.8%보다 8.3%p 높은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10년 말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은 23.1%로 채권(70.7%)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2020년에는 주식 44.3%, 채권 44.5%로 비슷해졌지만 올해는 주식 비중이 채권의 3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16년 만에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중심축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완전히 이동한 셈이다.

주식 중심으로 재편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구조는 증시 급락장에서 시장 안정 기능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국내 증시의 핵심 기관투자자다. 그러나 상반기 반도체 대형주 급등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식 비중 확대가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끌어올렸지만 급락장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어렵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평가액 감소는 반도체 관련주 전반으로 확산됐다. SK스퀘어의 평가액은 10조8698억원, 삼성전기는 7조5914억원 감소했다. 전체 287개 종목 가운데 평가액이 줄어든 종목은 176개에 달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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