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지통실 중국산 화상회의 장비 "군단·사단급 60여 대 운용, 군사정보 유출 우려"
육군 화상회의 장비 6대 중 1대가 중국산, 육·해·공·해병대 중국산 CCTV도 1770여 대 도입·운용
유용원 의원, 육군 군단·사단 핵심 지휘통제실에 중국 예링크(Yealink) 장비 60여 대 설치 지적
'다중 보안 통제' 안보 불감증, 유럽 전기버스 원격 마비 파장…미·일·대만 '청정 드론 동맹' 사활
[파이낸셜뉴스] 우리 군의 최고 지휘부와 합참의 작전 명령, 그리고 극비 군사 기밀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최전방 군단·사단급 지휘소의 심장부가 중국산 정보통신(IT) 장비에 노출되어 있는 실태가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군사작전 및 지휘통제 관련 정보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 선진 우방국들은 중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깔려있는 '백도어' 등을 통한 원격 제어 및 정보 탈취 위험성을 확인하고 공급망 전 영역에서 중국산을 퇴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국방 안보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직결된 절대적 의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단·사단 지휘소에 6대 중 1대가 중국산 예링크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육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중국산 정보통신장비 도입 및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육군이 운용 중인 전체 화상회의 장비 800여 대 가운데 중국 통신장비업체 예링크(Yealink)사의 화상회의 코덱은 13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 화상회의 장비 6대 중 1대꼴(약 16%)이 중국산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이 장비들이 설치된 '장소'에 있다. 중국산 화상회의 장비 130여 대 중 60여 대가 군단급과 사단급의 지휘통제실, 작전상황실, 정보상황실 등 최전방 핵심 시설에 집중 배치되어 있다. 군단·사단급 상황실은 북한의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지휘관의 극비 작전 명령이 하달되는 군의 두뇌이자 심장부다.
화상회의 장비는 특성상 영상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압축하고 송수신(코덱)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미세한 보안 취약점이나 악성 프로그램이 심어질 경우 지휘부 내의 모든 대화와 작전 지도가 적국이나 외부로 고스란히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유용원 의원의 지적이다.
■"방화벽·폐쇄망이라 안전하다"? 유용원 의원의 지적
이번 실태에 대해 육군 측은 "해당 장비 도입 전 국군방첩사령부의 보안성 점검을 마쳤고,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의 주기적인 점검 결과 현재까지 별다른 취약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통신구간에 암호장비를 설치하고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통합위협관리(UTM) 등 다중 보안체계를 적용해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용원 의원은 "군단·사단급 상황실은 민감한 군사작전과 지휘통제 정보가 오가는 핵심 시설인 만큼, 해외에서 이미 보안 우려가 제기된 장비가 다수 설치된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라며 "군은 주요 시설 장비의 보안 실태를 면밀히 전수 점검하고, 향후 장비 도입 과정에서도 부품 단계부터 보안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군이 경계작전 및 부대관리용으로 보유·운용 중인 중국산 CCTV 역시 육·해·공·해병대 전체를 통틀어 177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유 의원실 자료를 통해 집계되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해 직시된 군의 하드웨어 도입 실태는 단편적인 장비 운용의 문제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현재 글로벌 안보 무대에서 소리 없이 전개 중인 '하드웨어 공급망 스파이 전쟁'의 거시적 파장과 기술적 실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산 위장 부정 납품 사태'의 잔혹사, 하드웨어 백도어의 실체
국방 안보 전문가들은 육군의 "폐쇄망이라 안전하다"는 태도는 '하드웨어 공급망 보안'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안일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계 및 제조 단계에서 실리콘 칩셋 내부에 은밀히 심어지는 '하드웨어 백도어'는 운영체제나 방화벽 등의 소프트웨어적 다중 보안망을 완벽히 우회해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군 당국은 지난 2024년 7월, 최전방 부대와 주요 군 시설에 외형은 국산인 것처럼 속여 부정 납품된 '중국산 위장 감시 장비' 1300여 대를 무더기로 적발하고, 2024년 8월~9월에 걸쳐 전량 철거 및 교체 조치를 단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국방 공급망 기만 행위였다. 당시 정부 기관이 철거된 장비의 내부 소프트웨어를 정밀 분석한 결과, 군의 허가 없이 중국 특정 외부 서버로 자동 연결되도록 은밀히 설계된 악성코드 통로(백도어)가 명백히 발견됐다.
당시에도 군은 폐쇄망이라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보안 전문가들은 유지보수 과정이나 내부 관리자의 노트북,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 사소한 틈새를 타 폐쇄망 역시 언제든 적국에 무력화될 수 있다고 일관되게 경고했다.
중국산 통신·영상 장비의 백도어 위험성은 이미 국제 사회에서 명확한 실체적 위협으로 입증됐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정부는 이미 지난 2024년, 보안상의 심각한 우려를 이유로 우리 육군이 핵심 지휘소에서 버젓이 사용 중인 동일한 제조사 예링크(Yealink) 제품에 대해 주정부 네트워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가 해당 기업의 백도어 가능성을 공식 규정하고 공급망에서 배제한 것이다.
■유럽 전기버스를 멈춰 세운 원격제어 '킬 스위치'의 공포
중국산 하드웨어의 무기화는 통신 장비를 넘어 국가 기반 인프라 전체로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유럽 대륙은 중국산 모빌리티 장비의 '원격 제어' 공포로 발칵 뒤집혔다. 유럽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위퉁(Yutong)사의 버스를 대상으로 노르웨이 대중교통 운영사 '루터(Ruter)'가 디지털 신호가 완전히 차단된 지하 갱도에서 해킹 및 신호 정밀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네덜란드 등 유럽산 버스와 달리, 중국산 버스에는 내장된 심(SIM) 카드를 통해 외부 제조사가 무선으로 원격 접근하고 관리자 권한을 상시 유지할 수 있는 '백도어'가 숨겨져 있음이 폭로됐다. 적대 세력이나 중국 당국이 이 통로를 통해 배터리 및 전원공급 제어 시스템에 침입할 경우, 주행 중인 차량을 원격으로 강제 멈춰 세우는 '킬 스위치(Kill Switch)'로 악용될 수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기술적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통해 폭로되자 영국 교통부와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덴마크, 노르웨이 정부는 일제히 인프라 안보 실태 전수 조사와 강력한 방화벽 차단 조치에 돌입했다.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중국산 장비가 전시나 유사시에 국가 인프라 전체를 마비시키는 '원격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지 취재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미·일·대만 '청정 부품 공급망'에 사활 건 전쟁, 우리의 과제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소형 무인기(드론) 분야에서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이 벌이고 있는 '공급망 전쟁'은 우리 군 당국도 집중해야 할 분야다. 전 세계 드론 및 핵심 부품 시장의 70% 이상을 중국 DJI 등이 장악하자, 우방국들은 부품에 숨겨진 백도어나 악성 프로그램이 전시 상황에서 치명적인 '킬 스위치'로 돌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군 및 연방정부 내 중국산 드론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중국산 부품이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청정 장비만 승인하는 '블루 드론(Blue UAS)' 인증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자국 내 드론 칩셋, 모터, 배터리 국산화 생태계에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 위협에 직면한 대만은 드론 부품망 국산화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규정했다. 정부 주도로 50여 개 민간 기업을 묶어 '대만 드론 체인 연합'을 결성하고, 군용 드론의 비행제어장치(FC)와 모터 등에서 중국산 부품을 100% 제거하는 탈중국화 작업을 가속화하여 2026년까지 완전한 청정 공급망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역시 자위대 내 중국산 감시·통신 부품이 포함된 드론 도입을 전면 금지하고, 두뇌 역할을 하는 비행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데 국가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국내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칩셋과 소형 부품 하나까지 적대국의 손길을 배제하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Trusted Supply Chain)' 구축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후에 문제점을 찾아내는 소극적 방어 태세로는 진화하는 공급망 위협을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군 역시 주도적으로 설계 및 부품 단계부터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 스크리닝하는 '능동형 공급망 검증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드웨어 백도어 위협은 단일 국가나 군의 노력만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기술적 복잡성을 지닌 만큼, 군 당국이 미·일·대만 등 우방국들과의 공급망 안보 동맹을 다각화하고 국방 핵심 부품의 자국 내 생태계를 육성하는 국방 인프라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