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방울 안 마셨는데 지방간?" 2030, 젊다고 안심 못 해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지방간은 더 이상 '술 좋아하는 중년'만의 병이 아니다. 운동은 줄고 기름진 식단은 늘면서 30대 남성 비만 유병률은 59%까지 치솟았고, 2030의 지방 섭취 비율은 처음으로 권고 상한선을 넘었다.
간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의 48.8%는 진단 당시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였다.
국가데이터처의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간암은 40대(인구 10만 명당 5.3명)와 50대(16.9명) 모두 주요 암 가운데 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에 개인과 가족,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을 안기는 셈이다. 젊을 때부터 지방간 단계에서 간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간은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인 상태를 말한다. 흔히 술을 원인으로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음주와 무관한 지방간이 더 많다.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불리던 이 질환은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과의 연관성이 확인되면서 현재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성인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24.1%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지방간은 생활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립보건연구원 분석에서 건강한 식생활과 충분한 신체활동을 함께 실천한 사람은 지방간 위험이 약 32% 낮았다. 하지만 젊은 층의 생활지표는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0·30대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모두 전년보다 떨어졌다. 지방 섭취 비율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2030 남녀 모두 권고 상한선(30%)을 넘어섰고,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1년 새 9.9%포인트 늘었다.
흡연도 지방간 위험을 키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 20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지방간 위험이 14% 높았다.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게 하고, 니코틴이 지방 분해를 촉진하면서 늘어난 지방산이 다시 간으로 돌아가 축적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 20대 남성의 담배제품 사용률은 29.5%에서 33.2%로, 30대 여성은 7.5%에서 13.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교수는 "담배는 폐뿐 아니라 간에도 부담을 준다"며 "지방간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지방간을 알고도 내버려 두는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방간 환자 1000명을 분석한 결과, 79.9%는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지방간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후 의료기관을 찾은 비율은 57.7%에 그쳤고, 42.3%는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로는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1.6%)가 가장 많았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단순 지방간에서 시작해 염증으로 간세포가 손상되는 지방간염,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지만 약 5~18%는 간경변증에 이르고, 이 가운데 해마다 약 2.6%가 간암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은 간에 그치지 않는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간질환이 아닌 심혈관질환이다. 지방간은 심근경색·뇌졸중은 물론 당뇨병과 만성 콩팥병 위험도 높인다.
지방간은 보통 복부 초음파로 진단한다. 진단 뒤에는 간이 얼마나 굳었는지, 즉 섬유화 정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섬유화가 심할수록 간경변증과 간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섬유화 정도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간섬유화 스캔'이 활용된다. 초음파 원리로 간의 탄성도와 지방량을 수치로 측정하는 검사로, 조직검사처럼 바늘을 넣지 않아 몸에 부담이 적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는 복부 초음파와 간섬유화 스캔으로 지방간과 섬유화 정도를 함께 평가한다. 당뇨병·비만을 동반한 고위험군은 정기 추적 관찰로 간경변증·간암 진행 여부를 살피고, 간암이 의심되면 CT·MRI 정밀 검사와 다학제 협진으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간다.
치료의 핵심은 체중 감량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는 대부분 과체중이거나 비만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체중을 3~5%만 줄여도 지방간이 좋아질 수 있고, 7~10%를 감량하면 섬유화를 포함한 지방간염도 대부분 개선된다.
다만 일주일에 1㎏ 이상 급격히 빼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하고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 세 끼를 거르지 않되 한 끼 양을 조금씩 줄이고, 기름진 음식과 과당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자전거·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권장된다.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검진 결과지에 적힌 '지방간'은 간이 보내는 첫 번째 경고장"이라며 "비만·당뇨병이 있다면 간섬유화 검사와 함께 식습관·운동, 기저질환 관리까지 이어가야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