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갈등에 목소리 키우는 범진보..與 내부도 강경론
혁신당, 美 원전 100억달러 선집행 반대 앞세워 대미투자 공세 본격화
진보 4당은 파병 반대 공동전선..與 일부까지 가세하며 전선 확대
전작권·DMZ 발언에 與도 반발..李 '사대외교 지양'에 강경론 명분
美와 협상해야 할 정부는 난색..방미 추진 김민석도 정치적 부담
[파이낸셜뉴스] 한미 간 대미투자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을 둘러싼 이견이 범진보 진영의 정치적 존재감 확대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등 소수 진보정당들이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앞세워 정부 견제에 나선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미국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굴종·사대외교 지양을 강조한 만큼 이들의 주장에도 명분이 실렸지만,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정부와 대미 정당외교를 추진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부담은 커지는 양상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미국 원전 건설사업에 대한 연말 100억달러 선집행 반대를 당 차원의 쟁점으로 키울 방침이다. 서왕진 혁신당 의원은 지난 14일 12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원전 조공'으로 규정하며 선집행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당 차원에서도 문제를 본격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당 차규근 의원도 "연말까지 100억 달러를 먼저 보내겠다는 방안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사업성 평가와 투자금 회수 계획을 국회에 제출해 심의받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강경숙 혁신당 의원 역시 "선지급은 절대 이뤄져선 안 된다"며 "정부가 실용을 이유로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혁신당은 '레드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서는 이보다 더 나아가 진보 정당 간 연대가 민주당 일부로 확대되고 있다.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진보 4당은 민주당 지도부에 파병 반대 결의안 처리를 촉구한 데 이어 오는 21일 민주당 이용선 의원과 혁신당 김준형·진보당 윤종오·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공동주최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청해부대 작전해역 확대에 따른 우회파병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소수 진보정당들이 대미투자와 파병 문제를 매개로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여당 일부와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부의 반발도 전작권과 영토주권 문제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김병주 의원은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작권 전환 조건 재검토 발언을 두고 전환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브런슨 사령관이 "대한민국은 비무장지대(DMZ)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은 "대한민국 영토주권을 침해한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도 헌법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영토 관련 발언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하면서도 "한미동맹과 군사 대 군사 관계 측면에서 바라볼 때 브런슨 사령관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고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토주권 문제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동맹 차원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한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미투자 조건을 확정해야 하는 데다 전작권 전환과 호르무즈 파병 등 민감한 안보 현안도 남아 있다. 정부가 청해부대 작전해역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면서도 전쟁 불개입 원칙을 강조하는 것 역시 미국의 요구와 국내 반대 여론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처지를 보여준다. 특히 한미동맹 관리를 중시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으로서는 대미 협상 여지를 확보하면서 여권 내부의 강경론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적 부담은 민주당 지도부에도 향하고 있다. 전임 정청래 대표의 미국 비자 발급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중간선거 이후 방미를 추진하는 김민석 대표로서는 여권 내 대미 강경론 확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임 이후 미·중·일 정당외교 강화를 공약한 김 대표가 미국과의 소통을 확대하려면 당내 강경파와 범진보 진영의 요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현안을 계기로 소수 진보정당들이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 동안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에는 이를 조율해야 할 과제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email protected] 송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