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한숨 쉬고 웅크렸는데…뇌 반응은 정반대, 왜?[헬스LAB]
[파이낸셜뉴스]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리거나 한숨을 쉬는 똑같은 몸짓에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정반대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은 뇌의 특정 부위 활동이 증가한 반면, 증상이 높은 사람은 오히려 감소했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 몸을 움직이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해 확인한 결과로, 개인의 상태에 맞는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개발하는 데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 연구팀은 무선 뇌영상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하고, 우울 증상 수준에 따른 반응 차이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마에 착용하는 무선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 장비를 활용했다. 대표적인 뇌영상 장비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은 좁은 장비 안에 누워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므로, 웅크리거나 뛰는 동작 중 뇌 반응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fNIRS는 빛을 이용해 뇌 혈액의 산소 상태 변화를 측정한다. 뇌가 활동하면 혈류와 산소 상태도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뇌 활동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센서를 착용한 채 움직일 수 있어 실제 몸짓 중 뇌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
실험에는 20~35세 성인 52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우울 증상 설문(PHQ-9)과 정신건강 선별 면담을 거쳐 참가자를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집단 27명과 우울 증상이 높은 집단 25명으로 나눴다. 이 설문은 최근 2주 동안 의욕 저하나 수면 문제 등 아홉 가지 증상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묻는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 진단 여부가 아니라 설문으로 측정한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집단을 구분했다.
각 집단의 참가자들은 부정적 감정 동작 또는 긍정적 감정 동작 가운데 한 가지 과제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부정적 감정 동작은 △무릎 끌어안기 △크게 한숨 쉬기 △어깨 늘어뜨리기였으며, 긍정적 감정 동작은 △승리 포즈 △깡충 뛰기 △박수 치며 웃기였다. 참가자들은 각 동작을 30초 동안 하고 60초 동안 쉬는 과정을 네 차례 반복했다.
연구팀은 몸을 움직일 때 센서가 흔들리거나 두피의 혈류 변화가 측정 신호에 섞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예를 들어 센서의 흔들림 때문에 생긴 변화가 뇌 활동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영향을 줄이는 보정 과정을 적용해 뇌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똑같이 웅크리고 한숨을 쉬거나 어깨를 늘어뜨려도 두 집단의 뇌 반응은 반대였다. 차이가 나타난 곳은 이마 바로 뒤에 있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의 왼쪽 앞부분이었다.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집단에서는 이 부위의 활동이 증가했지만, 우울 증상이 높은 집단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무릎 끌어안기, 한숨 쉬기, 어깨 늘어뜨리기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동작에서 같은 부위의 반응 차이가 반복됐다. 반면 긍정적 감정 동작에서는 세 동작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뇌 활성 패턴이 관찰되지 않았다.
박영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같은 몸짓에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실제 동작 중 측정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관계를 이해하고, 향후 개인의 상태에 맞는 동작 기반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연구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레인 리서치 불러틴(Brain Research Bulletin)'에 7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