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부채 4조달러에 거리선 약탈… 프랑스 ‘파탄 위기’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국 퍼진 시위대 55만명으로
예산안 부결 땐 ‘IMF 굴욕’ 전망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약탈당한 맥도날드 매장 내부에 파손된 셀프 주문 키오스크가 놓여 있다.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고 학생들의 요구에 연대하는 시위가 프랑스 곳곳에서 벌어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과 공공시설이 파손되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집회는 물가 상승 등 경제 문제에 대한 항의로 확산했다. 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약탈당한 맥도날드 매장 내부에 파손된 셀프 주문 키오스크가 놓여 있다.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고 학생들의 요구에 연대하는 시위가 프랑스 곳곳에서 벌어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과 공공시설이 파손되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집회는 물가 상승 등 경제 문제에 대한 항의로 확산했다. AP뉴시스

국가부채 급증과 재정적자,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프랑스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국채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재정 긴축을 위한 예산안 처리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세계 7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와 약탈 사태까지 확산하면서 재정위기가 정치 불안과 맞물려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교사 부족과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약 한달 간 이어진 학생 시위에 시민과 노동조합이 가세하면서 시위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돼 파리 11만명을 포함해 약 55만명이 참가했다. 방화와 약탈까지 발생하면서 이날 하루 동안에만 약 2400명이 구속됐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이번 주 예정된 의회의 표결을 앞두고 국가 부채 위기와 포퓰리즘 정치의 폐해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프랑스가 사실상 국가적 파탄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사태가 격화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이런 장면을 보며 우리 모두 '프랑스인이 어떻게 프랑스에 이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며 "어떠한 것도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설명하거나 변명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시위를 넘어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재정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약 4조달러(약 540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에 달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이 재정을 악화시킨 데다 마크롱 대통령이 부채 통제를 위한 개혁안에서 발을 빼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프랑스 내각은 재정 적자 비율을 GDP 대비 5.4%에서 5.0%로 완만하게 낮추는 2027년 예산안을 제출했으며, 오는 20일 하원에서 첫 표결을 실시한다. 유라시아 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담당 이사는 "만약 정부가 예산안 통과에 실패할 경우, 프랑스의 부채 이자 상환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세계 7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도 구해야 하는 굴욕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춘은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그 자체보다 '정치적 통제 불능' 상태라고 지적했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극우와 극좌 성향의 후보 누가 당선되더라도 고통스러운 재정 감축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이미 프랑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호주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만 글로벌 전략가는 지난주 공개한 노트에서 프랑스가 채권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향후 수개월간 혹독한 진통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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