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운동신경 없는 아이?" 100명 중 5~6명은 '발달성 협응장애'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이들이 '서툰 아이 운동발달 클리닉'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
아이들이 '서툰 아이 운동발달 클리닉'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

[파이낸셜뉴스] 학령기 아동 100명 중 5~6명은 나이에 맞는 동작을 익히고 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달성 협응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서툰 아이'로만 여겨져 평가와 치료 시기를 놓친다.

임신 33주에 이른둥이로 태어나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세 A군은 뛰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의자·책상에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글씨 쓰기와 가위질도 또래보다 서툴러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이 날아오면 몸을 움츠리거나 피했고, 공을 주고받는 것도 어려워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무리에 끼지 못해 혼자 놀거나 신체활동을 피하곤 했다. 영유아 발달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부모는 아이가 운동신경이 부족하거나 조금 덤벙대는 정도라고 생각했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으로 여겼다.

A군처럼 영유아기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받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학교생활을 시작해 운동 과제가 복잡해지면서 어려움이 뒤늦게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신현이 교수는 "발달성 협응장애는 나이에 맞는 운동 기술을 배우고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학업과 일상생활, 놀이 참여에 지장을 받는 신경발달장애"라며 "전반적인 지능이나 근력에 문제가 없어도 나타날 수 있어, 다른 신경학적·시각적 문제 때문은 아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둥이 위험 6배 이상…ADHD와 함께 나타나기도

이른둥이나 저체중 출생아는 운동 발달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서는 임신 32주 미만 또는 출생 체중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의 발달성 협응장애 위험이 만삭아보다 6배 이상 높았다. 32~33주에 태어난 아이에게서도 의심 사례가 더 많이 관찰됐다는 연구가 있다. 다만 출생력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실제 운동 기능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봐야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언어 지연, 학습장애 등과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ADHD와 함께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ADHD 진단을 받은 아이가 동작을 유난히 서툴게 한다면 운동 발달 상태도 평가해 보는 것이 좋다.

운동 기능의 어려움은 정서와 또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동작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신체활동을 피하거나 친구 관계에서 위축될 수 있다. 영국에서 아동 6902명의 자료를 분석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발달성 협응장애가 의심되는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우울 증상을 보고할 가능성이 약 2배 높았다. 국제 임상 권고안도 운동 기능과 함께 자존감과 심리사회적 상태를 살필 것을 권고한다.

생활 속 동작 반복 훈련…청소년기에도 개선 가능

진단에는 국제 표준 운동평가 도구인 'MABC-2' 등이 활용된다. 손의 기민성, 공 다루기, 균형 능력 등을 평가해 또래 발달 수준과 비교한다. 검사 결과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부모·교사의 관찰, 일상생활과 놀이에서 겪는 어려움, 진찰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치료는 아이가 실제 생활에서 어려워하는 동작을 연습하는 과제 중심 재활치료가 중심이다. 글씨 쓰기, 가위질, 공 던지고 받기, 줄넘기 등 필요한 활동을 반복 연습하고, 수행 수준에 맞춰 난도를 조절한다. 운동 기능 향상뿐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자신감과 독립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가 어린 나이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도 필요에 맞는 훈련으로 운동 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국제 임상 권고안에 인용된 추적연구에 따르면 발달성 협응장애 아동의 약 50~70%는 청소년기에도 운동 기능의 어려움을 겪는다. 서툰 동작을 개인차로만 볼 게 아니라 적절한 평가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신 교수는 "이른둥이로 태어났거나 또래보다 동작이 서툰 아이라면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운동 발달 상태를 평가받아 보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동작을 꾸준히 훈련하면 운동 기능 개선은 물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정서적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발달성 협응장애 의심해 봐야 할 때

*자주 넘어지거나 주변 물건에 잘 부딪힌다
*단추 채우기, 지퍼 올리기, 신발 끈 묶기, 젓가락질 등이 또래보다 서툴다
*글씨 쓰기나 가위질을 어려워하고, 손을 쓰는 활동에 쉽게 지친다
*공을 주고받는 동작을 유난히 어려워하거나 공놀이를 피한다
*운동이나 놀이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또래와 어울리기 힘들어한다
*이른둥이 또는 저체중 출생아로 태어났고 운동 발달이 걱정된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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