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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중년 남성 병 아니다"…마른 사람·여성·아이도 수면무호흡증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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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수면무호흡증은 '코 고는 뚱뚱한 중년 남성의 병'이라는 인식과 달리 마른 사람, 여성, 어린이에게도 생긴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은 코골이 대신 불면과 피로로만 나타나 놓치기 쉽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숨길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질환이다. 수면 중 산소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잠이 자주 끊기면서 낮 동안 피로와 졸음을 부르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중만이 원인 아냐…코골이 없어도 의심해야

홍승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남성이나 비만한 사람에게 더 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목 주변 지방과 연조직이 기도를 좁히기도 하지만 턱이 작거나 얼굴뼈 구조상 기도가 좁은 경우, 편도나 혀가 큰 경우에도 수면 중 숨길이 막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도를 열어 두는 근육 기능과 호흡 조절 특성 같은 기능적 요인도 영향을 준다. 같은 체중이라도 사람마다 위험과 원인이 다르다.

여성은 폐경 이후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뚜렷한 코골이보다 불면이나 피로 같은 비특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코골이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밀접하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잠이 들면 혀와 목 주변 근육이 이완되면서 입천장 뒤쪽의 연구개나 혀뿌리가 뒤로 처져 숨길이 좁아질 수 있다. 좁아진 통로로 공기가 지나며 조직이 떨리면 코골이가, 통로가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면 무호흡·저호흡이 생긴다. 코를 곤다고 모두 수면무호흡증은 아니고, 코골이가 뚜렷하지 않아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수 있다.

코골이 소리가 크다고 더 심한 것도 아니다. 기도가 완전히 막히는 순간에는 오히려 소리가 멈출 수 있다. 코를 심하게 골다가 갑자기 조용해진 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주의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아침 두통, 개운하지 않은 잠, 만성 피로, 낮 동안의 과도한 졸음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확진할 수는 없다.

정확한 진단에는 수면다원검사가 쓰인다. 뇌파와 안구·근육 움직임, 코와 입의 공기 흐름, 가슴·배의 호흡운동,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측정해 수면무호흡 여부와 중증도, 필요한 치료를 판단한다. 핵심 지표인 무호흡·저호흡지수(AHI)는 수면 1시간당 무호흡과 저호흡 횟수로, 성인은 일반적으로 5 이상~15 미만이면 경도, 15 이상~30 미만이면 중등도, 30 이상이면 중증으로 본다. 다만 치료 여부는 수치와 함께 증상과 동반 질환을 고려해 결정한다.

술·코막힘 치료로는 안 풀려…양압기는 '안경'

잠이 안 올 때 마시는 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알코올은 잠드는 시간을 잠시 줄일 수 있지만 기도를 지탱하는 근육을 더 이완시켜 코골이와 무호흡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취침 전 음주는 피하는 게 좋다.

코막힘만 치료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비중격만곡증, 알레르기 비염, 비용종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코골이 소리는 연구개와 목젖 주변에서 나는 경우가 많고 혀뿌리나 편도도 기도를 좁힌다. 코 치료로 숨쉬기가 편해지고 양압기 사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목 안쪽의 기도 폐쇄는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코와 목 구조를 함께 살펴보고, 필요하면 영상검사나 약물유도 수면내시경으로 잠든 상태에서 어디가 어떻게 막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양압기는 대표 치료법으로, 특히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 우선 고려된다. 경도 환자도 증상과 동반 질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흔히 오해하듯 산소를 공급하는 기계가 아니라 마스크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넣어 무너지기 쉬운 숨길을 받쳐 주는 장치다. 제대로 쓰면 무호흡·저호흡을 줄이고 수면의 질과 낮 졸음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안경을 쓸 때만 잘 보이듯 양압기도 착용하는 동안만 기도를 열어 주는 만큼 꾸준히 써야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평생 써야 하는 것은 아니며, 체중 변화나 수술로 상태가 달라지면 의료진과 재평가해 지속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이 밖에 체중 감량, 수면 자세 교정, 구강 내 장치, 수술 등의 치료법이 있다. 비만이 있다면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되고, 똑바로 누웠을 때 호흡장애가 심해지는 '체위 의존성'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를 넓히는 구강 내 장치는 양압기 사용이 어려운 환자 등에게 고려하지만, 효과가 양압기보다 떨어질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수술은 편도·연구개·혀뿌리 등 기도를 막는 구조적 원인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편도가 지나치게 크거나 특정 부위 폐쇄가 뚜렷한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 턱을 앞으로 옮기는 수술이나 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자극 치료가 고려되기도 한다. 다만 막히는 부위와 원인이 사람마다 다르고 기능적 요인도 작용해 수술로 모두 완치되지는 않으며, 호흡장애가 남거나 재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을 동반한 일부 환자에서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치료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약제별 허가사항과 환자 상태를 확인한 뒤 적용해야 한다.

아이의 코골이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매일 심하게 코를 골거나 자는 동안 숨을 멈춘다면 소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소아는 편도와 아데노이드 비대가 주요 원인으로, 호흡장애가 이어지면 낮 동안의 집중력과 행동, 학습,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끔 코를 고는 정도는 괜찮지만 코골이가 계속되거나 무호흡, 행동 변화, 집중력 저하가 동반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편도·아데노이드 비대가 원인이라면 절제술이 효과적일 수 있으며, 수술 여부는 증상과 검사 결과,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해 결정한다.

홍 교수는 "코골이와 함께 숨이 멈추는 모습이 보이거나 충분히 자도 피곤하고 낮에 졸음이 심하다면 잠버릇이나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수면무호흡증은 원인과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만큼 정확한 검사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수면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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