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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면 무조건 좋을까?"…고령층, 저체중이 사망 위험 57%↑ [헬스체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질환별 위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만 지표.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질환별 위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만 지표.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55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 위험은 비만보다 오히려 저체중일 때 크게 높아지고, 심혈관질환과 심방세동 위험은 체중보다 배에 쌓인 지방과 더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연구팀(제1저자 전세준 전공의·김선화 선임연구원)은 55세 이상 성인 약 120만명을 분석한 결과, 질환에 따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비만 지표가 서로 달랐다.

비만은 심혈관질환과 암, 심방세동 등 다양한 질환은 물론 사망 위험과도 연관된다. 비만 판단 기준으로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널리 쓰여 왔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25kg/㎡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체질량지수는 몸 전체의 무게만 반영할 뿐 지방이 어디에 쌓였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심혈관·대사질환의 핵심 위험 요인인 내장지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온 이유다. 이에 따라 복부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허리둘레와, 2013년 처음 제안된 신체 둥글기 지수(BRI)가 대안 지표로 제시돼 왔다. 신체 둥글기 지수는 키와 허리둘레로 몸이 얼마나 둥근지, 내장지방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정하는 지표다.

다만 기존 연구는 대부분 한 가지 질환에만 초점을 맞춰, 여러 지표를 다양한 질환에 걸쳐 직접 비교한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대상자를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하고, 세 가지 비만 지표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심장 원인 사망) △전체 사망 △심방세동과 각각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먼저 전체 사망 위험은 체질량지수와 가장 밀접했다. 특히 비만보다 저체중에서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참여자를 체질량지수에 따라 다섯 집단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다른 위험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수치가 가장 낮은 집단의 사망 위험은 가운데 집단보다 약 57% 높았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가 몸 전체의 무게를 나타내는 만큼, 노화에 따른 노쇠나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기존 질환으로 체중이 줄어든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추적 초기 1~2년 안에 사망하거나 주요 질환이 발생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시 분석했으며, 이 경우에도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은 신체 둥글기 지수와 연관성이 가장 높았다. 나이와 성별,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동반질환 등을 보정한 뒤에도 지수가 높을수록 위험이 함께 커졌다. 연구팀은 키와 허리둘레를 종합한 이 지표가 심혈관질환과 관련된 내장지방 축적을 더 잘 반영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심방세동은 허리둘레와 가장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고, 다른 위험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결과는 같았다. 연구팀은 심방세동이 복부비만과 밀접한 만큼, 배에 쌓인 지방을 직접 보여주는 허리둘레가 위험을 가장 잘 반영한 것으로 봤다.

다만 세 지표 모두 수치 하나만으로 질환 위험을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단일 비만 지표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우려되는 질환에 맞춰 서로 다른 지표를 살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강시혁 교수는 "과거에는 단순히 '체중을 줄여라'라고 권했다면, 이제는 심근경색, 뇌졸중, 심방세동 같은 심혈관질환이 걱정되는 환자에게는 체중뿐 아니라 허리둘레까지 함께 살피는 등 맞춤형 진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자의 경우 무리한 체중 감량보다는 근육량을 유지하고 복부비만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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