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계단도 외출도 버겁다"…황반변성 '지도모양위축' 환자 10명 중 6명 '계단 고역'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도모양위축 환자 안저 사진. 황반 부위에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불규칙한 형태의 위축 병변이 관찰된다. 김안과병원 제공
지도모양위축 환자 안저 사진. 황반 부위에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불규칙한 형태의 위축 병변이 관찰된다. 김안과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계단 오르기가 버겁고 바깥나들이가 두렵다. 노인성 황반변성의 후기 형태인 '지도모양위축' 환자 10명 중 6명은 계단을 오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안과병원 김재휘·김예지 전문의와 성균관대 의대 공민귀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7~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만5030명의 자료를 토대로 지도모양위축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했다. 이 자료로 지도모양위축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국내 첫 연구로,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에 게재됐다.

일상 제약, 습성황반변성과 맞먹어

연구 결과 지도모양위축 환자의 61.5%는 계단 오르기가 어렵다고 답해 황반변성이 없는 사람(40.1%)보다 크게 높았다. 실명 위험 질환으로 잘 알려진 습성황반변성 환자(64.9%)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은 27.3%,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느낀다는 응답은 15.2%였다.

건강 상태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평가하는 삶의 질 지수(EQ-5D)에서도 지도모양위축 환자와 습성황반변성 환자 모두 0.93점으로 같았다. 지도모양위축 역시 습성황반변성만큼 삶의 질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시력 저하뿐 아니라 이동과 외부 활동 등 일상의 제약을 극복하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도모양위축은 노인성 황반변성의 후기 형태 중 하나로, 망막 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시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이다. 진행되면 시력 저하가 이어지고 일부는 심각한 시력 손실에 이를 수 있다. 습성황반변성이 대중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눈 주사치료가 널리 시행되는 것과 달리, 지도모양위축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연의 중요성도 확인됐다. 지도모양위축 환자군의 현재 흡연자 비율은 61.1%로 황반변성이 없는 사람(38.6%)이나 습성황반변성 환자(52.1%)보다 높았다. 흡연은 황반변성 진행과 관련된 위험인자로 알려진 만큼, 초기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면 금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켜보기만 하던 질환…국내 첫 치료제 허가

치료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지도모양위축은 오랫동안 검증된 치료법이 없어 진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보체억제제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에서는 약 3년 전부터 진행 속도를 20~30%가량 늦추는 보체억제제가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9월 지도모양위축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처음 허가됐다.

김재휘 전문의는 "지도모양위축 환자의 삶의 질이 습성황반변성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고, 특히 이동과 외부 활동 등 일상생활의 제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면 식단 조절과 금연 등 진행 위험을 줄이기 위한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지도모양위축은 진행을 늦출 치료제가 없었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치료제가 허가되면서 치료 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시작됐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어떤 환자가 치료로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지도모양위축과 습성황반변성 환자의 삶의 질을 더 면밀히 비교·분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황반변성 #지도모양위축 #계단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