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여드름·탈모 잡으려면 얼굴 아닌 '장' 봐야… 장내 미생물의 과학 [똑똑한 웰니스]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고가의 피부과 시술을 받거나 유명 화장품을 써도 여드름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시선을 '장(腸)'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체내 만성 염증을 유발해 피부 장벽과 모발 건강을 무너뜨리는 원인 중 하나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지목하고 있다.

화장품 발라도 제자리… 장내 불균형이 부른 피부 염증

사람의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모여 산다. 유익한 균도 있고 유해한 균도 있다. 이 중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해 만들어내는 대사물질은 장 점막을 강화해 외부 독소가 혈관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혈당 안정과 호르몬 합성, 면역 조절 등을 돕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대사물질이 피부와 모발 건강 유지에도 직접 관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진 전북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과거에는 미생물을 단순히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여겼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생물이 피부와 장, 구강 등에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피부 장벽을 유지하며 외부 병원체 증식을 막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며 미생물 생태계를 두고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조절자"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장내 유익균을 줄이고 유해균을 늘리는 데 있다. 가공식품이나 당류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고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장내 미생물 불균형(디스바이오시스) 상태가 된다. 이로인해 장 점막이 약해지면 체내로 들어온 유해 물질이 혈관을 타고 퍼져 전신 염증을 일으킨다.

박 교수는 "건강한 상태에서는 여러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며 일종의 '미생물 장벽' 역할을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염증성 피부 질환이나 감염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모낭 공격하는 면역 교란… 유익균 줄면 모발도 약해져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이상은 모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발을 구성하는 핵심 단백질인 케라틴을 만들려면 비타민 B군에 속하는 '비오틴'이 필수적인데, 이 비오틴의 상당 부분을 장내 유익균이 직접 만들어낸다.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이 제거된 무균 상태의 실험 쥐는 비오틴 공급이 끊기며 광범위한 털 빠짐과 탈모 증상을 보였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면역 체계가 정상 조직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도 일어날 수 있다. 유익균이 만드는 부르티산 등 대사물질이 과도한 면역 공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과도한 면역 공격을 억제하지 못해 면역 세포가 모낭을 공격하면 원형탈모로 이어진다. 실제 미국피부과학회지(JAAD) 연구에 따르면, 원형탈모 환자군은 정상인에 비해 장내 유익균 비율과 미생물 다양성이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와 모발 지키려면… 장내 환경부터 정돈해야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피부 질환과 모발 약화를 근본적으로 다스리기 위해선 겉을 가꾸는 대증요법을 넘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시판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 외부에서 투입된 생균은 장내에 영구 정착하기보다 일시적으로 머물다 배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존 장내 유익균이 자생적으로 증식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통곡물, 채소, 해조류 등에 포함된 복합 식이섬유는 유익균의 발효 과정을 거쳐 '부티르산' 등 고농도 단쇄지방산으로 전환되며, 이는 장 점막을 두껍게 만든다.

반대로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돕는 단순당, 액상과당, 유화제가 든 초가공식품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삶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방법, 멀리 있지 않습니다. [똑똑한 웰니스]는 과학적 근거와 최신 트렌드를 바탕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지혜를 공유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똑똑한 웰니스]를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