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난 종기인 줄 알았는데"…어린아이 몸속에서 발견된 소름 끼치는 벌레의 정체 [몸에 무슨 일이]
아프리카 감비아 다녀온 여아, 피부 속 파고든 '툼부파리 유충' 확인
물지 않아도 옷·침구류 통해 감염…피부에 구멍 내고 호흡하며 기생
메스 대신 '마취 크림' 발라 생포…억지로 짜내면 2차 감염 위험 커
[파이낸셜뉴스] 어린아이의 뽀얀 피부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붉은 혹. 겉보기엔 그저 심하게 곪은 종기나 일반적인 피부염 같았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그 안에는 끔찍하게도 살아있는 '파리 유충'이 자라고 있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의학학술지 'BMJ 케이스 리포트'에는 아프리카 감비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어린 여자아이의 피부에서 파리 유충을 빼낸 영국 런던 세인트메리병원 소아응급실의 희귀 진료 사례가 보고됐다.
의료진이 내린 정확한 진단명은 '종기형 피부구더기증(Furuncular myiasis)'. 아이의 피부를 파고든 범인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툼부파리(Tumbu fly)' 유충이었다.
툼부파리는 모기처럼 사람을 직접 물어서 감염시키지 않는다. 대신 암컷 파리가 모래나 덜 마른 빨래 등에 알을 낳고, 여기서 부화한 유충이 사람 피부와 닿을 때 조직을 뚫고 들어가는 교묘한 방식을 쓴다. 피부 속에 자리 잡은 유충은 표면에 작은 구멍을 내고 이를 통해 호흡하며 점차 성장한다. 초기엔 모기에 물린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부어오르며 통증과 세균 감염(봉와직염)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유충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피부 속 깊숙이 박혀 있어 자칫 외과적 수술(절개)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수술 과정의 통증과 공포감 탓에 전신마취까지 고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국 의료진은 메스를 드는 대신 '국소마취 크림'을 활용한 비수술적 기지를 발휘했다. 병변 주위에 마취 성분이 포함된 연고를 발라 유충이 스스로 빠져나오도록 유도하거나 쉽게 끄집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아이는 수술의 고통 없이 안전하게 유충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이 사례를 통해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을 다녀온 뒤 낫지 않는 종기형 피부 병변이 생겼다면 반드시 여행력을 알리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감염 지역에서는 젖은 옷을 널어 말린 후 반드시 뜨거운 다림질을 거쳐 유충을 박멸하는 것이 필수 예방 수칙이다.
특히 피부 속에 벌레가 의심된다고 해서 손이나 뾰족한 도구로 무작정 짜내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유충이 안에서 터지거나 일부만 제거될 경우 극심한 염증과 2차 조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종기인 줄 알았던 붉은 혹, 그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던 기생충의 존재는 해외여행 시 철저한 위생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