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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3마리 공격에 두개골 노출…한국서 새 삶 얻은 6세 키르기스 소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제 학교로 돌아가면 공부도 하고 책도 열심히 읽을 거예요." 두개골이 드러날 만큼 큰 상처를 입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키르기스스탄의 6세 소년 우마르가 한국에서 치료를 마치고 웃으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대형견에게 공격받아 두피의 80%가량이 손상된 키르기스스탄 환아 우마르 군을 한국으로 초청해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밝혔다. 우마르 군은 지난 15일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했다. 지난 4월 의료기술 전수를 위해 현지를 찾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지 6개월 만이다.

키르기스스탄은 국토의 약 80%가 고산지대로 이뤄진 중앙아시아 국가다. 지형이 복잡해 교통이 불편한 데다 의료 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 비슈케크에 살던 우마르 군은 지난 4월 1일 이웃집에서 놀다 울타리를 넘어 집으로 돌아오던 중 중심을 잃고 옆집 마당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마당에 있던 대형견 3마리가 달려들었다.

우마르 군은 두개골이 드러날 정도의 심한 두피 손상을 입었다. 두피의 80%에 해당하는 가로·세로 25cm 범위가 손상됐고, 두개골 골절까지 동반됐다.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지 의료진은 "이런 사례는 처음 본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우마르 군이 받을 수 있는 치료는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투여가 전부였다.

부모는 튀르키예에서 치료받는 방법까지 알아봤지만 항공 이동비와 수술비를 합해 약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가 필요했다. 고정 수입 없이 월 30만원 상당의 연금(현지 평균 월급의 절반 이하)으로 다섯 형제와 함께 생활하던 가족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전환점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현지 방문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의료기술 전수를 위해 키르기스스탄을 찾는다는 소식에 현지 의료진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4월 25일부터 5일간 비슈케크 국립병원에서 진행된 의료기술 전수에는 서현석 성형외과 교수 등 4명이 참여해 환자 수술 시연, 현지 유방재건 시스템 구축 등 창상관리와 미세수술법을 전수했다.

우마르 군이 입원해 있던 국립소아병원을 찾은 서현석 교수는 "결손 부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두개골이 노출돼 합병증이 염려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현지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고난도 수술인 만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7월 9일 한국에 도착한 우마르 군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에 필요한 정밀검사를 받았다.

최종우 교수는 처음에 허벅지나 복부 등 다른 부위의 피부 조직을 두피로 옮기고 미세혈관을 연결하는 유리피판술을 고려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 우마르 군에게서 광범위한 결손 부위를 덮을 만큼의 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또 다른 부위의 조직으로 덮으면 그 자리에는 모발이 자라지 않아 평생 머리카락 없이 살아야 했다.

이에 최 교수는 아이의 앞으로의 삶까지 고려해 피부이식술과 함께, 남아 있는 두피를 단계적으로 늘려 결손 부위를 덮는 조직확장술을 선택했다. 조직확장술은 피부 아래 실리콘 재질의 조직확장기를 넣고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피부와 두피를 서서히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남은 두피가 20%도 채 되지 않아 조직확장기를 넣을 공간조차 부족했다. 의료진은 먼저 허벅지 피부를 이식해 공간을 확보한 뒤, 7월 21일 남은 두피에 조직확장기 3개를 삽입했다.

이후 확장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두피를 단계적으로 늘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상처가 벌어지거나 열이 나는 등 고비도 있었지만 피부과·소아감염과·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협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조직확장 끝에 의료진은 9월 29일 조직확장기를 제거하고, 늘어난 두피로 노출된 두개골을 덮는 재건수술에 성공했다.

큰 수술을 무사히 이겨낸 우마르 군은 해맑은 미소를 되찾았다. 치료를 위해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탔던 우마르 군은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고향으로 향했다. 치료비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이 지원했으며, 통역은 서울시 동부외국인주민센터가 맡았다.

최종우 교수는 "두피 결손이 워낙 광범위해 재건 방법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단순히 결손 부위를 덮는 것뿐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성장하면서 살아갈 삶까지 고려해 가능한 한 남아 있는 두피를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 치료 과정에서도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 우마르가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이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머니 나르키자 씨(41)는 "사고 당시 상처를 보고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며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에 절망스러웠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서울아산병원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국가의 의료 자립을 지원하는 '아산 인 아시아(Asan-in-Asia)' 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부터 최근까지 몽골, 베트남 등 4개국에 20차례 의료기술을 전수해 왔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009년부터 15개국에서 60차례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했으며,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무료로 치료하는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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