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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투 시라카와 전격 강판·김호령 대신 박정우... 9점 차에도 방심 지워버린 이범호의 독한 용병술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5이닝 9K 무실점 시라카와, 6회 무사 2·3루 위기 맞자 9점 차에도 '전격 강판'
'박해민 잡는 이의리' 원포인트 승부 적중… 선발 우타자 배제 좌타 7명 융단폭격도 성공
자비 없었던 13-1 압승… LG 3연승 제압 이면에 숨은 벤치의 뚝심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13대1로 이긴 이범호 KIA 감독이 기념촬영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13대1로 이긴 이범호 KIA 감독이 기념촬영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스코어는 9-0. 선발투수는 5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삼진을 무려 9개나 솎아내고 있었다. 일반적인 사령탑이라면 선발 투수의 이닝을 더 끌고 가거나 투구 수 여유를 주며 느긋하게 경기를 관망할 만한 완벽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의 머릿속에는 넉넉한 점수 차도, 투수 개인의 화려한 기록도 없었다. 오직 '오늘 반드시 준플레이오프를 끝내겠다'는 집념만이 가득했다.

KIA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에서 LG 트윈스를 13-1로 대파하며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도영의 만루포와 장단 16안타가 폭발한 타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하고 냉혹했던 이범호 감독의 용병술이 숨어 있었다.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무사 2,3루 상황 KIA 선발투수 시라카와가 교체되고 있다. 뉴스1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무사 2,3루 상황 KIA 선발투수 시라카와가 교체되고 있다. 뉴스1

이날 승부를 가른 '이범호 매직'의 백미는 단연 6회말 투수 교체였다. 9-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순항하던 선발 시라카와 게이쇼가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2, 3루 위기에 몰리자, 이 감독은 지체 없이 마운드로 향했다. 당장 승부가 뒤집힐 점수 차가 아니었음에도 흐름이 넘어갈 일말의 가능성조차 차단하겠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시라카와를 내리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정해영은 LG 중심타선을 상대로 1실점만 내주며 위기를 깔끔하게 진화했다. 가장 아찔한 순간은 이어진 2사 만루 위기였다. 타석에는 이번 시리즈 5할대 타율을 뽐내며 LG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격감을 보여준 박해민.

이 감독은 망설임 없이 좌완 이의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좌우 놀이'가 아니었다. 경기 전부터 "가장 뜨거운 박해민을 잡을 전담 투수가 필요하다"며 이의리를 맞춤형 원포인트로 철저히 준비시킨 결과였다. 사실 원래는 곽도규가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지난 2경기에서 곽도규는 박해민 봉쇄에 실패했고, 이날은 이이의리로 그 중책을 바꿔 맡긴 것이다. 이의리가 박해민을 완벽하게 잡아내며 불을 끄자, 벤치의 구상이 그라운드에서 100%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KIA 투수 정해영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KIA 투수 정해영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3차전 경기, 2회초 1사 만루 상황 KIA 박정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3차전 경기, 2회초 1사 만루 상황 KIA 박정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감독의 '독한 용병술'은 선발 라인업부터 이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날 LG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의 좌타자 피안타율(0.267)이 우타자(0.185)보다 높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려 7명의 좌타자를 선발 명단에 도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잠실에서 수비가 뛰어난 중견수 김호령 대신 타격에 강점이 있는 좌타자 박정우를 1번으로 올렸고, 박정우는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무엇보다 1회 9구 볼넷은 카라스코를 무너뜨리는 단초가 돼었다. 선발 2루수로 나선 좌타자 김규성 역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LG 마운드를 융단폭격하는 데 앞장섰다. 경기 후반 상대의 좌완 불펜 투입까지 대비해 우타 대타 카드를 비축해 두는 철두철미함도 돋보였다.

큰 점수 차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냉혹한 투수 교체, 데이터에 기반한 과감한 타선 변동, 그리고 승부처를 꿰뚫어 보는 칼날 같은 결단력. 이범호 감독이 13-1이라는 자비 없는 스코어로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린 진짜 이유다. 독기를 품은 벤치의 진두지휘 아래 거침없이 사자 굴로 향하는 호랑이 군단의 발걸음이 무섭도록 가볍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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