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해도 머리카락 지킨다"… 해외선 이미 표준인 '두피냉각' [이선민의 헤어리부트]
[파이낸셜뉴스] 항암 주사를 맞는 동안 머리에 차가운 캡을 쓰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 '두피냉각(Scalp cooling)'을 위해서다. 얼음 주머니나 냉동 모자를 대던 과거 방식에서 출발해, 지금은 냉각액이 순환하며 두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의료기기를 사용한다. 해당 치료는 해외 암센터에서는 이미 항암 탈모 예방의 표준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환자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항암치료의 기전은 몸에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타격하는 데 있다. 암세포, 모낭세포, 골수 등이 타겟이 된다. 따라서 항암치료를 하면 암세포를 죽이는 것과 동시에 탈모가 생긴다. 그렇다면 탈모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해외에서는 두피냉각 치료를 통해 항암탈모를 예방하는 추세다.
두피 피부 온도를 20도 안팎까지 낮추면 두 가지 변화가 생긴다. 두피 혈관이 수축해 모낭까지 도달하는 항암제의 양이 줄고, 모낭 세포의 대사와 분열 속도가 느려져 약물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래서 두피냉각 치료는 항암제 투여 30분가량 전부터 시작해 투여 후에도 1~2시간 이상 이어진다.
2017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한 두 건의 임상 결과가 나란히 실렸다. 무작위 배정 연구에서 두피냉각을 받은 환자의 약 절반이 모발 손실을 50% 이하로 막았지만, 대조군에서는 모발 지킨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다른 전향적 연구에서는 두피냉각 환자의 약 3분의 2가 같은 수준으로 모발을 지켰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5년과 2017년 두피냉각 기기를 일부 암 환자의 탈모 예방 의료기기로 잇달아 허가했고,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방암 가이드라인에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로 포함됐다.
두피냉각 치료의 효과는 사용하는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탁산 계열 단독 요법에서 성적이 좋고,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이 포함되면 모낭 보존율이 낮아진다.
캡이 두피에 얼마나 빈틈없이 밀착되는지, 정해진 냉각 시간을 지켰는지도 결과를 좌우한다. 모발이 길고 숱이 많으면 냉기가 고르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 기기를 착용하기 전 모발을 적시고 정돈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두통이나 추위로 인한 불편감이 있고, 한 번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두피로 간 암세포까지 보호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두피냉각 치료를 받은 고형암 환자의 두피 전이는 매우 드물었고, 두피냉각 치료를 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다만 혈액 속에 암세포가 돌 수 있는 백혈병·림프종 같은 혈액암이나 한랭 응집소병처럼 냉각에 민감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병원과 암센터를 중심으로 두피냉각 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관마다 장비 보유 여부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항암 일정은 한번 잡히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관심이 있다면 진단 직후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두피냉각은 가능하면 첫 항암부터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 이미 빠지기 시작한 뒤에는 완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항암 일정이 잡히면 주치의와 함께 약제, 암 종류, 시행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두피냉각 치료를 진행 중이라면 두피를 세게 빗거나 뜨거운 드라이를 피하는 등 모발에 가는 물리적 부담을 줄이는 관리도 함께해야 한다. 두피냉각은 탈모를 '막는' 치료라기보다 '줄이는' 치료다. 그 차이를 알고 선택할 때 만족도도 높아진다.
/이선민 모멘텀헤어라인의원 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