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간호사 60주년, 침·추나 치료부터 한복 선물까지
[파이낸셜뉴스] 60년 전 한복 차림으로 독일 땅을 밟았던 젊은 간호사들이 백발이 돼 다시 한복을 입었다. 이국의 병상을 지키며 고국 경제의 초석을 놓은 파독 간호사들이 고국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자생의료재단은 지난 20일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원 100명을 초청해 '2026 파독 간호사 60주년 고국방문 기념행사'를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1966년부터 1970년대까지 국내 젊은 간호사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말도 문화도 낯선 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견뎠고, 고된 근무를 마친 뒤에도 의료진·환자와 소통하기 위해 독일어 공부에 매달렸다. 이렇게 번 외화는 고국으로 보내져 가족의 생계를 지탱했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재단은 이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오랜 세월 타인의 건강을 돌봐온 파독 간호사들이 고국에서 자신의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 5월 '파독간호사 60주년 고국방문 의료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파독 간호사들의 고국 체류 기간 의료지원과 60년 헌신을 기리는 사회공헌활동을 함께하기로 했다.
행사는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진행된 한방의료봉사로 시작됐다. 파독 간호사들은 25명씩 4개 조로 나뉘어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에게 침·약침·추나 등 한의통합치료를 받았다. 오랜 병동 근무로 근골격계 통증을 안고 지내온 참가자들은 의료진과 함께 증상을 꼼꼼히 살폈다. 진료 후에는 센터 곳곳을 둘러보며 한방의료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했다. 현장 안내와 운영은 의료진과 분당자생봉사단이 함께 맡았다.
의료체험을 마친 이들은 가을빛이 내려앉은 분당중앙공원을 산책한 뒤 한복 전달식에 참석했다. 자생봉사단이 마련한 한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은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고국 방문의 추억을 남겼다.
한복은 파독 간호사들의 역사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1966년 독일에 첫발을 디딘 간호사들은 한복 차림으로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타향살이 중에도 한복을 꺼내 입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이어진 기념행사에서는 자생윈드림관악단의 연주와 감사의 꽃 전달식 등이 진행됐다. 시인으로도 활동해 온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설립자가 간호사의 헌신을 담아 쓴 시 '하얀천사'의 낭송 영상이 상영돼 의미를 더했다. 파독 간호사들은 공연을 관람하고 만찬을 함께하며 고국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박소향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은 "젊은 날 가족과 고향을 뒤로하고 독일로 향했던 우리의 시간을 잊지 않고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줘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60년 만에 동료들과 고국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추억을 나누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살필 수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은 "이국의 병상을 지키며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해 온 파독 간호사분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번 행사가 그동안 미뤄온 자신의 건강을 살피고, 고국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