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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후 면봉, 정말 필요할까"…귀지의 반전 정체는?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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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귀지는 지저분한 때가 아니다. 세균과 곰팡이를 막고 먼지가 고막에 닿지 않도록 지키는 '귓속 파수꾼'이다. 굳이 파내지 않아도 귀는 스스로 청소한다. 하지만 샤워를 마치면 습관처럼 면봉부터 찾는 이들도 많다.

부산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귓속이 가렵거나 답답할 때 귀이개나 면봉으로 시원하게 파내는 것은 많은 사람의 익숙한 습관"이라며 "하지만 귀를 자주 파는 행위가 귓속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귀지, 귓속 피부 지키는 '천연 보호막'

귀지는 외이도의 피지선과 아포크린샘에서 나온 분비물이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와 섞여 만들어진다. 산성을 띠어 세균과 곰팡이의 번식을 막고, 외이도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기름막을 만든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나 이물질이 고막 근처로 가지 못하게 막는 방파제 역할도 한다.

청소는 턱관절이 맡는다.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때 턱관절이 움직이면서 귓속에 쌓인 귀지가 자연스럽게 밖으로 밀려 나온다.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귀지를 일부러 파낼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귀지 덩어리가 커져 외이도를 완전히 또는 일부 막는 상태를 귀지색전(귀지막힘)이라고 한다. 큰 귀지 덩어리가 고막 근처에 걸쳐 있으면 턱을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릴 때마다 고막을 건드려 '달칵' 또는 '덜커덕' 소리가 난다. 공기 통로가 막혀 물이 들어간 듯 먹먹하거나 잘 안 들리기도 한다.

이 과장은 귀지가 자주 쌓이거나 뭉치는 원인은 체질과 귀 구조, 생활 습관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한다. 유전적으로 아포크린샘 분비가 많은 '습성 귀지' 체질이거나, 나이가 들어 분비샘 기능이 변하면서 귀지가 딱딱해지고 귓속 털이 굵어진 경우 귀지가 더 잘 뭉친다.

외이도가 선천적으로 좁거나 안쪽으로 많이 굽은 경우, 외이도 골종 같은 형태 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귀지가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무선 이어폰이나 보청기, 귀마개를 오래 착용해 통풍이 안 되고 배출 통로가 막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면봉 자극, 외이도염·고막 손상 부른다

귀가 답답하다고 귀이개나 면봉을 깊이 넣는 것은 위험하다. 밖으로 나오려던 귀지를 오히려 안쪽으로 밀어 넣어 층층이 굳게 만들 뿐 아니라, 예민한 외이도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내 세균 감염으로 인한 외이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고막을 직접 자극해 고막 천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과장은 "귀가 먹먹하거나 덜커덕거릴 때 답답한 마음에 면봉이나 뾰족한 기구로 파내려다가 외이도에 상처를 내 외이도염이나 고막 손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약국에서 파는 귀지 용해제도 주의해야 한다. 이미 귀지가 외이도를 꽉 막았거나 고막에 상처나 천공이 있다면 귀지가 불어나 통증이 심해지거나 중이염이 생길 수 있어 함부로 자가 처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귀는 입구 쪽만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샤워나 세안 뒤에는 귀 입구로 자연스럽게 나온 분비물과 물기만 수건이나 면봉으로 살짝 닦아내면 된다.

귀지가 뭉쳐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통증, 덜커덕거림이 계속된다면 직접 파지 말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전용 석션이나 기구로 고막 상태를 확인하면서 안전하게 귀지를 제거한다. 귀지가 자주 쌓이는 체질이거나 외이도가 좁다면 6개월~1년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에서 귓속을 점검받는 것이 좋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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