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車도 P버튼 하나로 멈췄다"…첨단 안전기술의 진화
시속 40㎞ 충돌에도 큰 충격
P단 긴급제동 첫 공개 시연
사고기록 데이터로 원인 추적
【파이낸셜뉴스 대구=김동호 기자】"지이이이잉~ 쾅." 시속 40㎞로 달리던 이륜차(오토바이)와 승용차가 부딪치자 예상보다 큰 충돌음이 시험장에 울려 퍼졌다. 이륜차와 승용차에서 발생한 파편이 도로에 흩어졌고, 이륜차에 탑승한 마네킹은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서울 시내 일반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도 이륜차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날 첫 시연은 직진하는 이륜차와 대각선 45도 방향으로 진입하는 승용차의 충돌 시험이었다. 승용차가 유턴하거나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고 유형을 재현한 것이다. 실제 이륜차 사고에서 이러한 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과 이륜차가 충돌하는 순간 발생한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실제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행속도였지만 마네킹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특히 차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륜차 운전자가 사고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이번 충돌 시험은 사고조사 분석 프로그램인 IGLAD에 수록된 오토바이 사고 데이터 1429건을 토대로 설계됐다. 실제 사고에서 발생하는 충돌 각도와 주행 상황을 재현해 사고 특성을 파악하고 안전기술의 대응 능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과 이륜차 사이의 충돌 위험을 가정한 자동비상제동장치(AEB) 시험도 진행됐다. 통상적인 시험 조건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상황인 '엣지 케이스'를 설정해 첨단 안전장치의 대응 범위를 확인했다.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도로의 복잡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 유형을 반영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현대차·기아의 첨단 안전기술 시연도 관심을 모았다. 특히 전자식 변속레버의 P단 긴급제동 기능을 이날 첫 공개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운전자가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 어려운 긴급 상황에서 전자식 변속레버의 P 버튼을 계속 누르면 가속을 제한하고 네 바퀴에 제동력을 가하는 기술이다.
차량 속도가 시속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가 자동으로 체결돼 차량이 완전히 멈춘다. 기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이용한 비상제동 방식과 달리 운전대에서 손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제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가 올해 공개한 8세대 신형 아반떼에 처음 적용한 기능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정상적으로 조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안전장치다.
유럽의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SIS) 관련 법규에 대응하기 위한 상용차 안전기술도 선보였다. 대형 상용차가 회전할 때 운전자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측면 사각지대의 자전거 등 도로 이용자를 감지하고 경고해 충돌 위험을 줄이는 기술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실제 차량을 충돌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과정까지 연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DR은 사고 전후 차량의 속도와 가속페달 조작,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주요 운행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영상으로 사고 상황을 보여준다면 EDR은 운전자 조작과 차량의 움직임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의 전자제어 기능과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사고 발생 당시 운전자의 조작과 차량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해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 남은 흔적뿐 아니라 차량 내부에 기록된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사고조사 및 재현 부문회장은 "올해 K-CRASH는 이륜차 충돌 재현과 자율주행·ADAS 안전기술, 사고기록장치 데이터 분석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했다"며 "FIX 2026과의 연계로 현장 실증과 산업계 최신 기술, 사고조사 실무가 유기적으로 만나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실제 사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안전한 모빌리티 기술과 제도로 이어지는 전문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