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배 커진 캐피탈 렌터카…업계 "규제 완화보다 부실 점검 우선"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위 30개사 점유율 45.32%
잔존가치 하락 땐 손실 우려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제주의 한 렌터카 업체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캐피탈사의 렌터카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렌탈 취급한도 완화 움직임을 둘러싸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캐피탈사가 이미 렌터카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자리 잡은 만큼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앞서 자산 건전성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차량의 미래 가치를 높게 책정하는 가격경쟁이 향후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사 렌터카 15년 새 20배 성장
22일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사)의 렌터카 등록대수는 2010년 약 2만7000대에서 지난해 약 55만7000대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캐피탈사의 렌탈 취급한도인 '본업비율' 완화를 검토하면서 전업 렌터카업계와 금융업계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본업비율은 캐피탈사의 렌탈자산 평균잔액이 본업인 리스자산 평균잔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지난 2005년 캐피탈사의 렌터카 사업을 부수업무로 허용하면서 도입됐다.

연합회가 올해 7월 말 기준 렌터카 등록대수 상위 30개사를 집계한 결과 캐피탈사의 점유율은 45.32%로 대형 전업 렌터카사(43.08%)를 넘어섰다. 2021년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금융사의 렌터카 등록대수는 37.5% 증가한 반면 전업 렌터카사는 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업 렌터카업계는 이미 캐피탈사의 시장 진출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본업비율을 추가로 완화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캐피탈사는 할부·리스·렌탈 사업을 모두 취급할 수 있지만 전업 렌터카사는 렌탈 사업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형평성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조건을 붙여 열어준 문에서 조건만 빼면 남는 것은 사실상 무제한 허용"이라고 지적했다.

■잔존가치 하락에 자산 부실화 우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차량의 잔존가치다. 잔존가치는 계약 종료 시점에 차량이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으로, 장기렌터카의 월 이용료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잔존가치를 높게 설정할수록 월 렌트료를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중고차 매각가격이 예상보다 떨어지면 그 차액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가령 계약 당시 4년 뒤 차량의 잔존가치를 26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실제 매각가격이 2000만원에 그치면 6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고객이 렌트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더라도 자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합회는 일부 캐피탈사가 잔존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까지 위축되면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반납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집중적으로 공급될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미국 포드의 금융 자회사는 2008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의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면서 2·4분기에만 리스자산 21억달러를 손상 처리했다.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도 2024년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약 2만대의 매각 계획을 발표하고 2억4500만달러의 추가 감가상각을 반영했다.

캐피탈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 발행 등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한다. 렌탈자산 손실이 누적되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할부·대출 등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규제 완화에 앞서 캐피탈사별 잔존가치율 추이와 반납차량 매각손익,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자본적정성 영향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렌터카업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도 금융당국과의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렌터카 회사의 경쟁력이 아니라 잔존가치를 높여 잡아 만든 렌트료 인하가 몇 년 뒤 소비자의 금융 부담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며 "경쟁의 확대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경쟁의 건전성"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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