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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지하 자금줄 동남아 비축유 결국 바닥 나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해상 비축유 완전 소진… 中 정유소 공급 끊겨
美 중부사령부 "250억달러 이상 석유 수입 차단 성공"
환율 폭락속 이란 중앙은행 "경제 파탄은 환상" 반발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USS 래피얼 페랄타가 이란 국적 유조선을 감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USS 래피얼 페랄타가 이란 국적 유조선을 감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던 결정적인 자금줄이자 해상 비축유가 결국 완전히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의 해상 봉쇄령으로 석유 수입이 사실상 차단된 가운데, 이란 경제는 심각한 자금난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분석업체 케플러(Kpler)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동남아시아 인근 해상에 수개월간 계류되어 있던 이란산 원유 비축량이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완전히 고갈됐다고 보도했다. 케플러의 호마윤 파락샤히 원유 분석 이사는 "이제 중국으로 출하할 수 있는 이란산 원유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를 피하고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근 공해상에서 유조선 간 '선박 대 선박' 환적을 거쳐 주요 고객사인 중국 정유사에 석유를 판매해 왔다. 이 해역은 이란의 석유 유통 거점이자 유용한 해상 창고 역할을 해왔다.

전쟁 초기인 지난 2월 당시만 해도 이란의 해외 비축유는 약 100억달러 정도인 1억3500만배럴에 달했으나, 미 해군의 봉쇄와 해상 수송로 차단이 이어지면서 비축량이 빠르게 감소했다. 7월 재개된 미군의 강력한 봉쇄 조치 이후, 한때 9000만배럴에 육박하던 비축유는 10월 초 100만배럴 미만으로 떨어진 뒤 현재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 브래드 쿠퍼 해군 대장은 "미군의 해상 봉쇄 조치로 인해 테헤란 당국은 최소 25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석유 수입을 박탈당했다"며 "이는 이란 안보 기구의 재정 능력 및 파괴된 무기와 공장을 재건할 역량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강조했다.

석유 수출은 이란 정부 세입의 30~40%를 차지하며 최대 외화 수입원이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는 지난 7월 이후 3분의 1가량 폭락했고, 급격한 물가상승과과 물자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보르텍사 애널리스트 에마 리는 "중국 정유사들이 이미 브라질이나 서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육상 트럭을 통한 인접국 우회 수송 등 대체 경로가 모색되고 있으나, 해상 수송 규모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고강도 경제 봉쇄 노림수가 이란 정권을 핵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거나, 내부 불만을 자극해 정권 흔들기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외압에도 불구하고 이란 경제는 뛰어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란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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