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국감 달군 '통합 국군사관학교 창설안' 여야 공방 속 사관학교장들은 '신중 기조'
-국회 국방위 사관학교 국감, '3조 원 소요' 국군사관학교 창설안 놓고 여야 정면충돌
-여당 "미래전 위해 당장 통합 가능" vs 야당 "3조 원 혈세 낭비이자 군 정체성 말살"
-3군 교장들, 통합 취지 공감하면서도 "비행 효율 저하·바다 연계성 유지" 신중론 피력
-각 사관학교, 진퇴양난 중장기 과제·AI 실습 공간 구축·드론 자격증 취득 등 자구책 보고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방 과제로 추진 중인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국군사관학교 창설)' 구상을 놓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피감기관으로 나선 3군 사관학교장들은 정부의 통합 취지에는 일부 공감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각 군의 전문성 유지와 인프라 한계를 들어 말을 아끼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정치적 압박과 군의 정체성 수호라는 경계선 위에서 현역 각 사관학교장들이 직면한 곤란한 위치와 현실이 국감 현장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육·해·공 사관학교는 22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AI) 실습 공간(워크스페이스) 구축, 전 생도 드론 조종 자격증 취득 지원 등 미래전에 대비한 첨단 교과 개편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육사는 오는 2027년까지 전 생도의 국가 공인 AI 자격증 및 기초 드론 조종사(3종) 자격 취득을 목표로 올 11월까지 실습용 드론을 330대 수준으로 대폭 확충한다. 해사 역시 일인칭 시점(FPV) 드론 실습을 하계 훈련에 편성하고 향후 무인수상정 교육으로 확대를 추진 중이며, 공사는 'AI 파일럿 공중 교전 경진대회' 등 현대전 의사결정시스템 사례 교육을 강화했다. 아울러 '국민의 군대'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헌법과 민주시민' 과목을 필수 편성하거나 세분화하는 등 민주주의 헌법 교육도 대폭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감장의 핵심 화두는 정부가 대전 자운대에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한 통합사관학교를 세우겠다는 방침으로 집중됐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예산 효율성과 미래전 대비라는 명분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어떤 정부도 못 했던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 역시 3군 사관학교의 교양과목 유사성이 95.4%에 달한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육·해·공군의 정보를 연결하고 첨단 기술을 이해하는 통합형 지휘관이 미래전의 승패를 가르므로 지금 당장 통합 운영해도 무리가 없다"고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와 졸속 추진을 우려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합동성 교육을 심도 있게 시키고 있고 첨단기술 교육도 깊이 있게 진행 중인데, 드론 때문에 사관학교가 통합해야 한다는 대목에선 수긍하기 어렵다"며 생도 91.3%가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세계 군사 강국 중 사관학교를 통합 운영하는 곳은 없다며, 3조 원이 넘는 예산 소요 문제를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역시 "육사 1년 운영 예산이 약 3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3조 원은 멀쩡한 육사를 100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거액"이라며, 실질적 합동 교육기관인 합동군사대학교 예산은 도리어 삭감한 국방부 예산안의 모순을 질타하고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재원을 먼저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여야의 날 선 공방 속에서 피감기관장인 박후성 육사교장(중장), 박규백 해사교장(중장), 박흥재 공사교장(중장)은 답변 내내 신중 기조를 유지했다.
강선영 의원은 이들의 입장에 대해 "학교장들께서 이곳에서 (통합에) 찬성한다고 하면 각 군의 전문성을 훼손하려 하느냐며 군 내부와 예비역들에게 욕을 먹을 것이고, 반대한다고 하면 위의 지침이나 정책 방향에 항명하는 모양새가 되어 욕을 드실 것"이라며 사관학교장들이 처한 진퇴양난의 위치를 짚어냈다.
실제 교장들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드러났다. 박흥재 공사교장은 자운대 통합 시 "여러 수송 및 시간적 소요, 비행 훈련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전문성과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했다. 박규백 해사교장 또한 "4년간 6개월 이상 바다에서 교육을 받는 생도들에게 바다는 교육환경 그 이상의 의미"라며 "해사와 바다와의 연계성은 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국방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후성 육사교장 역시 현 분리 체제 하에서도 합동 교육이 지속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신중한 접근을 견지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